자유주의 페미니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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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텔은 여성의 이성 능력이 남성에게도 그러한 것처럼, 신이 천부적으로 부여한 것이라 하였고, 여성과 남성의 영혼은 이질적이지 않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혼의 능력을 배양해내면 여성 역시 자질구레한, 속된 일로부터 벗어나 남성과 같은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스텔은 여성의 이성 능력이 남성에게도 그러한 것처럼, 신이 천부적으로 부여한 것이라 하였고, 여성과 남성의 영혼은 이질적이지 않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혼의 능력을 배양해내면 여성 역시 자질구레한, 속된 일로부터 벗어나 남성과 같은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울스턴크래프트에게 사상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 정치학자 제임스 버그(James Burgh)는 《인간성의 존업》(The Dignity of Human Nature, 1767)에서 아스텔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전개하였다.
울스턴크래프트에게 사상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 정치학자 제임스 버그(James Burgh)는 《인간성의 존엄》(The Dignity of Human Nature, 1767)에서 아스텔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전개하였다.<ref>「부록」, ≪여권의 옹호≫, pp. 368-369.</ref>


== 각주 ==
== 각주 ==

2022년 5월 19일 (목) 16:33 판

자유주의 페미니즘(영어: Liberal feminism)은 자유 경쟁 자본주의 시기 산업 자본가의 당파성에 기초하여 발전한 여성해방사상 및 그 일반 이론을 가리킨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 의해 그 성격이 전적으로 규정되었다. 따라서, 자본주의 발전 초기 단계와, 독점자본주의 이후의 단계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지니는 내용은 상이하다. 사회 구조의 변혁 없는, 즉 정치적 개혁에 의한 여성해방을 긍정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오늘날 전반적 위기하에서 여성에 관한, 자본가계급이 지니는 모든 관점을 아우르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되어있다.

개요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봉건사회 소멸 시기 〈인간 이성에 관한 긍정〉이라는 사상을 기반으로 성장하였다.[1] 당대 산업자본가계급은 봉건사회의 비합리성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광범위하게 해체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그간 봉건적 이데올로기로서 그리스도교가 이용하였던 ‘선함’을 부정하였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와 평등에 관한 권리를 우선권으로 지닌다고 하였다.[2]

자유 경쟁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자본간 경쟁이 격화되었다. 산업자본가들은 잉여가치를 더 높은 수준으로 생산하기 위해 여성을 사회적 생산 과정에 투입해야 했다. 당시에는 기계제 대공업이 일반적인 기술적 생산 방식으로 되었기에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여성의 근력은 노동력 제공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산업자본가계급은 당시 가내노예의 상태에 처해있던 여성을 작업장으로 불러내는 데 적극적이었다.

여성이 노동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같은 수준의, 일정한 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법적으로 ‘자유 노동’을 보장받아야 했다. 산업자본가계급은 봉건사회의 잔재로서 남아있던 남아선호사상, 교육에서 여성의 배제 등을 비판하였다. 그들은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재산권을 여성에게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3] M.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 권리의 옹호》와 N. 콩도르세의 《인간 정신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관》 등은 이러한 산업자본가의 당파성을 반영한 저작이었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에 등장한 J. 밀의 《여성의 종속》은 독점자본 내 개혁적 분파의 당파성에 기반한 저술이다. 밀의 저술은 봉건사회 사멸기의 생산력보다 훨씬 진보한 생산력을 반영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생산력 발전은 여성 권리 신장의 근본적 원인이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주체의 투쟁, 즉 부르주아 및 소부르주아 여성 운동가들의 투쟁은 권리 신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프랑스 혁명기 이 투쟁은 매우 가열차게 진행되었다.[4] 프랑스 혁명기 여성들은 사회적 제도에 의해 강요된 부조리를 지적하였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교육의 부재로 인한 무지, 빈곤의 결과로서 매춘의 일상화, 참정권 부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5] 테르외뉴 드 메리쿠르(Théroigne de Méricourt)의 여성해방 운동은 프랑스 혁명기 초기 여성운동에서 급진적인 양상을 대표하였다.[6] 당시 프랑스 주류 언론은 메리쿠르의 여성운동을 가부장적 관점에서 비방하였다. 그러나, 여성운동은 사그라들지 않았으며, 여성들은 프로방스 지방에서 반봉건 투쟁과 여성해방 투쟁을 결합하여 투쟁을 이어나갔다. 1790-1791년에 들어서 프랑스 부르주아 여성운동은 여성 참정권의 완전한 보장, 재산권·교육권 보장, 빈곤 여성 재활을 위한 정부 정책 및 그 전담 기관의 신설 등을 요구하였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프랑스 여성운동은 영국의 여성운동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민중 주권 및 그 생존권의 보장에는 여성의 주권과 생존권이 포함되어야 함을 주장했으며, 법적 평등의 보장, 여성 교육권의 쟁취, 인간 생산 및 모성애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정, 남성과 준하는 수준의 이성 능력을 갖춘 것에 대한 인정 등을 당면 목표로 내세웠었다.

18세기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초기 양상(18세기 중엽)은 크게 네 가지 이론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다[7]:

(1) 여성은 남성과 똑같거나, 그에 준하는 이성 능력을 지니고 있다.
(2) 여성은 모성애에 기초한 가정교육, 즉 육아 전반을 담당하는 인간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3) 여성의 무지는 여성에 대한 교육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여성에 대한 교육권은 남성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4) 여성은 자율적인 정책결정자로서 정치 영역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교육의 담당자로서 여성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논하는 견해는 J. 로크에 의해 이미 맹아적으로 등장한 바 있다.[8] 1700년대 초 교육자인 매리 아스텔(Mary Astell)은 여성의 이성 능력이 남성과 차이가 없음을 주장하였다. 아스텔은 여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신께서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도 이성을 주셨거늘, 우리는 왜 그 이성을 단련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걸까? 신께서 여자에게도 생각할 힘을 주셨거늘, 왜 우리는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표시로라도) 가장 고귀한 주제인 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하찮은 일이나 쾌락, 기타 속된 문제들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걸까? 인간의 영혼은 진리에 대해 생각하고 선을 완성하기 위해 창조된 것일진대, 여성이 진리를 알지 못하고 선을 누리지 못한다면 얼마나 잔인하고 부당한 일인가? [...] 인간의 능력은 훈련에 따라 커지고 높아지는 것이라서, 어떤 능력이든 발휘하지 않고 놔두면 자연히 쇠퇴하고 줄어들게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가 판단력을 전혀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 얼마 안 가 그 자취조차 사라질 것이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줄어들면 그만큼 무익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9]
M. 아스텔, ≪숙녀들에게 드리는 진지한 제안≫(A Serious Proposal to the Ladies, 1701)

아스텔은 여성의 이성 능력이 남성에게도 그러한 것처럼, 신이 천부적으로 부여한 것이라 하였고, 여성과 남성의 영혼은 이질적이지 않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혼의 능력을 배양해내면 여성 역시 자질구레한, 속된 일로부터 벗어나 남성과 같은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울스턴크래프트에게 사상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 정치학자 제임스 버그(James Burgh)는 《인간성의 존엄》(The Dignity of Human Nature, 1767)에서 아스텔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전개하였다.[10]

각주

  1. R. 통, 이소영 역 (1995), 《페미니즘 사상》, 한신문화사, pp. 15-16.
  2. 《페미니즘 사상》, p. 16.
  3. 《페미니즘 사상》, p. 17.
  4. 1789년 8월 26일 공포된 인권선언은 여성에겐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프랑스 여성들의 권리 쟁취를 위한 광범위한 투쟁을 야기하였다. (이세희 (2012), 《프랑스대혁명과 여성·여성운동》, 탑북스, p. 74.)
  5. 《프랑스대혁명과 여성·여성운동》, p. 273.
  6. 《프랑스대혁명과 여성·여성운동》, p. 270.
  7. 《페미니즘 사상》, p. 20-24.
  8. M. 울스턴크래프트, 손영미 (2014), 《여권의 옹호》, 연암서가, pp. 358-359.
  9. 「부록」, ≪여권의 옹호≫, pp. 359-360.
  10. 「부록」, ≪여권의 옹호≫, pp. 368-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