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시 모음: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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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 |||
{{시 | |||
|제목 = 갈증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날씨가 흐리고 슬픈 날이다 | |||
목이 말라서 카라코레빵으로 갈증을 달랬다 | |||
갈증으로 고통받는 목을 잠깐씩 속이는 것은 | |||
정말 할 짓이 못된다 | |||
그래서 파블리토가 권총을 차고 | |||
사냥꾼 하나와 물을 찾으러 갔다 | |||
그러나 | |||
돌아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 |||
돌아오지 않았다 | |||
또 다른 대원들이 찾아 나섰지만 | |||
끝내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 |||
무진장 노력하며 견딜 만큼 견디다가 | |||
어쩔 수 없이 암말 한 마리를 잡았다 | |||
갈증으로 온몸이 바싹 말라가다 보면 | |||
배고픈 것은 차라리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 |||
내일도 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 |||
==결정== | ==결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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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열쇠처럼 어떠한 것도 열 수 있다.}} | 만능 열쇠처럼 어떠한 것도 열 수 있다.}} | ||
==고통== | |||
{{시 | |||
|제목 = 고통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오늘 전투에서 적군을 사살했다 | |||
내 손으로 직접 죽인 건 | |||
처음이었다 | |||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 |||
심장을 정확히 맞추려 애썼다 | |||
적이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 |||
죽이지 않는 게 좋다.}} | |||
==괴테 전기== | |||
{{시 | |||
|제목 = 괴테 전기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내 중대에 간호병으로 | |||
새로 들어온 여성대원 | |||
하이디 산타마리아에게 | |||
괴테 전기를 빌려 읽었다 | |||
기억해 둘 만한 구절에 | |||
밑줄을 쳤다 | |||
"극도로 예민한 사람만이 | |||
아주 차갑고 냉정할 수 있다 | |||
왜냐하면 단단한 껍질로 | |||
자신을 둘러싸야 하기 때문이다 | |||
간혹, | |||
그 껍질은 | |||
총알도 뚫지 못할 만큼 | |||
단단해진다."}} | |||
==그곳에서는 그들처럼== | |||
{{시 | |||
|제목 = 그곳에서는 그들처럼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과테말라에서는 | |||
과테말라인처럼 | |||
멕시코에서는 | |||
멕시코인처럼 | |||
페루에서는 | |||
페루인처럼 느껴졌다. | |||
}} | |||
==나의 삶== | ==나의 삶== | ||
{{시 | {{시 | ||
|제목 = 나의 삶 | |제목 = 나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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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 ||
==나환자촌== | |||
{{시 | |||
|제목 = 나환자촌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칼차키에스 계곡 | |||
순수한 신앙이 깃든 하얀 교회 | |||
그리고 오래된 돌들이 풍기는 향기 | |||
내가 만일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 |||
고고학자가 되었으리라 | |||
더 있다 | |||
보아야 할 것이 더 있다 | |||
산중에 쓸쓸히 서 있는 오두막 | |||
계속되는 굶주림과 수탈 | |||
벼룩.... | |||
저주받은 것들 | |||
사방에 버려진 넝마주이 아이들 | |||
허망한 꿈에 젖은 눈동자들 | |||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 | |||
영양결핍으로 불룩 튀어나온 배 | |||
그리고 아메리카.... | |||
나환자들과 맹인들을 치료하며 | |||
나병은 전염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 |||
그들과 축구도 하고 산책도 했다 | |||
또 사냥도 떠나 짐승들을 잡아오기도 했다 | |||
우리가 나환자촌을 떠날 때 | |||
그들이 뗏목을 만들어주었다 | |||
그 뗏목에 "맘보 탱고"라고 이름 붙였다 | |||
또 송별 파티도 열어주었다 | |||
비가 내렸지만,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 |||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 |||
강기슭의 나환자촌이 점점 멀어져갔다 | |||
손을 흔드는 아마존 밀림 속의 맹인들....}} | |||
==내가 살아가는 이유== | ==내가 살아가는 이유== | ||
87번째 줄: | 266번째 줄: | ||
|제목 = 내가 살아가는 이유 | |제목 = 내가 살아가는 이유 | ||
|저자 = 체 게바라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내가 살아가는 이유 | |내용 = 내가 살아가는 이유 | ||
그것은, | 그것은, | ||
315번째 줄: | 494번째 줄: | ||
쿠바인의 눈물로 지은 수의 한 벌뿐 }} | 쿠바인의 눈물로 지은 수의 한 벌뿐 }} | ||
==바다== | |||
{{시 | |||
|제목 = 바다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보름달이 바다에 그림자를 비추고 | |||
파도가 은빛으로 부서지며 철썩거렸다 | |||
우리는 | |||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아 | |||
끊임없이 반복되는 | |||
밀물과 썰물을 바라보며 | |||
서로 | |||
다른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다 | |||
나는 | |||
바다를 언제나 절친한 친구로 생각했다 | |||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면서도 | |||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 |||
항상 가장 좋은 충고도 아끼지 않는 | |||
그런 친구 말이다}} | |||
==베일 속의 사내== | |||
{{시 | |||
|제목 = 베일 속의 사내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그 사내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 |||
나는, | |||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광채와 | |||
네 개의 하얀 앞니만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 |||
"미래는 민중들의 것입니다 | |||
서서히, 혹은 갑자기 | |||
전 세계의 모든 민중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 |||
당신은 이 사회에 나처럼 아주 필요한 존재입니다 | |||
그럼에도, | |||
당신은 당신을 파괴시키는 이 사회에 | |||
당신 스스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 |||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그리고 이날 밤, | |||
그 사내의 말이 밤새도록 내 가슴 깊이 울렸다 | |||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 |||
만일, | |||
어떤 지도자가 이 세계를 둘로 나눈다면 | |||
난 기꺼이 민중 편에 설 것임을, | |||
그리하여 | |||
귀신에 홀린 듯 울부짖으며 온몸으로 | |||
적진의 바리케이드와 참호를 공격할 것이고 | |||
분노를 내뿜으며 무기를 피로 물들일 것이고 | |||
내 손에 잡힌 그 어떤 적이라도 단숨에 깨부술 것이다 | |||
그러고나서 한껏 내 코를 팽창시켜, 유유히 | |||
매운 화약냄새와 낭자한 적들의 피 냄새를 음미하리라 | |||
그런 다음 또다시 내 몸을 바짝 긴장시킨 채 | |||
다음 전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리라 | |||
열광하는 민중들의 환호성이 | |||
또다른 새로운 곳에서 힘차게 울려퍼질 수 있도록}} | |||
==선택== | ==선택== | ||
406번째 줄: | 687번째 줄: | ||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말라.}} |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말라.}} | ||
==질투(나의 연인 치치나에게)== | |||
{{시 | |||
|제목 = 질투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날마다 피를 토할 듯이 기침을 하자 | |||
내 몸을 걱정하던 | |||
한 연약한 매춘부의 위로의 키스가 | |||
문득, | |||
여행 떠나오기 이전의 | |||
내 잠자던 기억을 괴롭혔다 | |||
모기떼가 잠들지 못하게 하던 그날 밤 | |||
비록, | |||
이제는 아득한 꿈이 되어버린 | |||
치치나를 생각했다 | |||
끝나버린 꿈이라 하기에는 | |||
너무나 즐거웠기에 | |||
씁쓸함보다는 달콤함으로 남아 있는 | |||
그녀가 그리웠다 | |||
나는 치치나에게 | |||
그녀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오랜 친구처럼 | |||
따뜻하고 잔잔한 키스를 보냈다 | |||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
내 마음은 | |||
새로운 청혼자에게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 |||
속삭이고 있을 그녀의 집으로 날아가 | |||
깊은 밤의 어둠 속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 |||
내 머리 위의 거대한 우주에 | |||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 |||
그 별들은 마치 | |||
'이것은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 |||
내 가슴 깊은 곳의 질문에 | |||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 |||
==참된 삶== | ==참된 삶== | ||
415번째 줄: | 765번째 줄: | ||
차라리 문맹의 인디언이 되는 게 낫다.}} | 차라리 문맹의 인디언이 되는 게 낫다.}} | ||
==쿠바== | |||
{{시 | |||
|제목 = 쿠바 | |||
|저자 = 체 게바라 | |||
|내용 = 나는 | |||
쿠바 사람들의 | |||
눈에 보이는 | |||
모든 것을 | |||
만져보고 싶었고, | |||
모든 것을 | |||
느끼고 싶었고, | |||
그리고 | |||
모든 것을 | |||
알고 싶었다.}} | |||
==편지 - 부모님께== | ==편지 - 부모님께== | ||
2022년 5월 19일 (목) 13:32 판
갈증
체 게바라
날씨가 흐리고 슬픈 날이다 목이 말라서 카라코레빵으로 갈증을 달랬다 갈증으로 고통받는 목을 잠깐씩 속이는 것은 정말 할 짓이 못된다 그래서 파블리토가 권총을 차고 사냥꾼 하나와 물을 찾으러 갔다 그러나 돌아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또 다른 대원들이 찾아 나섰지만 끝내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암말 한 마리를 잡았다 갈증으로 온몸이 바싹 말라가다 보면 배고픈 것은 차라리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내일도 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
결정
체 게바라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을 결정할 때는 천식이 아주 심할 때다 그 때가 내가 가장 신중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개인 이기주의
체 게바라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세상이 오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개인 이기주의다! 그것은 감기 바이러스와 같아 늘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전염시킨다. 전염 경로인 공기와 물을 없앨 수도 없다. 마음을 개조시키는 오직 정신혁명뿐이다. 그것은 인류 최고의 무기인 사랑이다! 그 사랑은 만능 열쇠처럼 어떠한 것도 열 수 있다. |
고통
체 게바라
오늘 전투에서 적군을 사살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인 건 처음이었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심장을 정확히 맞추려 애썼다 적이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죽이지 않는 게 좋다. |
괴테 전기
체 게바라
내 중대에 간호병으로 새로 들어온 여성대원 하이디 산타마리아에게 괴테 전기를 빌려 읽었다 기억해 둘 만한 구절에 밑줄을 쳤다
아주 차갑고 냉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둘러싸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그 껍질은 총알도 뚫지 못할 만큼 단단해진다." |
그곳에서는 그들처럼
체 게바라
과테말라에서는 과테말라인처럼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인처럼 페루에서는 페루인처럼 느껴졌다. |
나의 삶
체 게바라
내 나이 열다섯 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잭 런던이 쓴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인공이 마음 속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
나환자촌
체 게바라
칼차키에스 계곡 순수한 신앙이 깃든 하얀 교회 그리고 오래된 돌들이 풍기는 향기 내가 만일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고고학자가 되었으리라 더 있다 보아야 할 것이 더 있다 산중에 쓸쓸히 서 있는 오두막 계속되는 굶주림과 수탈 벼룩.... 저주받은 것들 사방에 버려진 넝마주이 아이들 허망한 꿈에 젖은 눈동자들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 영양결핍으로 불룩 튀어나온 배 그리고 아메리카.... 나환자들과 맹인들을 치료하며 나병은 전염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그들과 축구도 하고 산책도 했다 또 사냥도 떠나 짐승들을 잡아오기도 했다 우리가 나환자촌을 떠날 때 그들이 뗏목을 만들어주었다 그 뗏목에 "맘보 탱고"라고 이름 붙였다 또 송별 파티도 열어주었다 비가 내렸지만,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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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이유
체 게바라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것은, 때때로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동참
체 게바라
의지와 신념만 있으면 행운은 무조건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믿는 젊은 지도자 카스트로가 자신의 혁명 대열에 합류하자고 했다. 그는 무장투쟁으로 자신의 조국을 해방시키겠다고 했다. 나는 물론 동참하겠다고 했다. 나에게도 행운이 따라올지 모르겠다. 이제 그곳에서 나는 방랑하는 기사의 망토를 벗어버리고 전사의 무기를 받아들임으로써 빗발치는 총알 속을 누벼야 하리라. |
말의 힘
체 게바라
나는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 사람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도, 그리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
먼 저편(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에게)
체 게바라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도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그것을 우리 어찌 세월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한 줌도 안되는 독재와 제국주의의 착취자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밤하늘의 별들이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새벽을 여는 뜨거운 가슴의 선지자들이여 감춰지고 버려진 외딴길을 따라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민을 해방시키러
우리를 치욕스럽게 하는 자, 정복자들아 분연히 봉기하여 마르티의 별들이 되어 승리를 다짐하며 죽음을 불사하나니,
총성의 첫발이 울려퍼질 때 그대의 곁에서 싸우니 우리 그 곳에 있으리 토지개혁, 정의, 빵, 자유를 외치는 그대의 목소리, 사방에 울려 퍼질때 우리 그대 곁에 남으리 최후의 전투를 기다리며
그대 곁에서 최후의 싸움을 기다리며 우리 그곳에 있으리
야수가 옆구리 핥게 되는 날 그대와 함께 강건한 심장으로 우리 그 곳에 있으리
우리의 강건함을 약화시킬 수는 없으리
숨길 수 있는 계곡 더 이상 바랄 것 없네
단지 우리에겐 아메리카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진 게릴라들의 뼈를 감싸줄 쿠바인의 눈물로 지은 수의 한 벌뿐 |
바다
체 게바라
보름달이 바다에 그림자를 비추고 파도가 은빛으로 부서지며 철썩거렸다 우리는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아 끊임없이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다
바다를 언제나 절친한 친구로 생각했다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항상 가장 좋은 충고도 아끼지 않는 그런 친구 말이다 |
베일 속의 사내
체 게바라
그 사내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나는,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광채와 네 개의 하얀 앞니만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미래는 민중들의 것입니다 서서히, 혹은 갑자기 전 세계의 모든 민중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당신은 이 사회에 나처럼 아주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당신을 파괴시키는 이 사회에 당신 스스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 그 사내의 말이 밤새도록 내 가슴 깊이 울렸다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만일, 어떤 지도자가 이 세계를 둘로 나눈다면 난 기꺼이 민중 편에 설 것임을, 그리하여 귀신에 홀린 듯 울부짖으며 온몸으로 적진의 바리케이드와 참호를 공격할 것이고 분노를 내뿜으며 무기를 피로 물들일 것이고 내 손에 잡힌 그 어떤 적이라도 단숨에 깨부술 것이다 그러고나서 한껏 내 코를 팽창시켜, 유유히 매운 화약냄새와 낭자한 적들의 피 냄새를 음미하리라
다음 전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리라 열광하는 민중들의 환호성이 또다른 새로운 곳에서 힘차게 울려퍼질 수 있도록 |
선택
체 게바라
적의 급습을 받은 동지 하나가 상황이 위급하다며 지고 가던 상자 두 개를 버리고 사탕수수밭 속으로 도망가버렸다 하나는 탄약상자였고 또 하나는 구급상자였다
총탄에 중상을 입은 지금의 나는 그 두 개의 상자 가운데 하나 밖에 옮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과연, 의사로서의 의무와 혁명가로서의 의무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깊은 갈등에 빠졌다
의사인가? 아니면, 혁명가인가? 지금 내 발 앞에 있는 두 개의 상자가 그것을 묻고 있다
결국 구급상자 대신 탄약상자를 등에 짊어졌다 |
여행
체 게바라
여행에는 두 가지 중요한 순간이 있다. 하나는 떠나는 순간이고 또 하나는 도착하는 순간이다. 만일 도착할 때를 계획한 시간과 일치시키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말라. |
질투(나의 연인 치치나에게)
체 게바라
날마다 피를 토할 듯이 기침을 하자 내 몸을 걱정하던 한 연약한 매춘부의 위로의 키스가 문득, 여행 떠나오기 이전의 내 잠자던 기억을 괴롭혔다
비록, 이제는 아득한 꿈이 되어버린 치치나를 생각했다 끝나버린 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즐거웠기에 씁쓸함보다는 달콤함으로 남아 있는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오랜 친구처럼 따뜻하고 잔잔한 키스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내 마음은 새로운 청혼자에게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속삭이고 있을 그녀의 집으로 날아가 깊은 밤의 어둠 속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들은 마치 '이것은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내 가슴 깊은 곳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
참된 삶
체 게바라
북미의 백만장자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문맹의 인디언이 되는 게 낫다. |
쿠바
체 게바라
나는 쿠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만져보고 싶었고, 모든 것을 느끼고 싶었고,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
편지 - 부모님께
체 게바라
내 생의 한가운데에서 나의 진실을 찾아 헤맸습니다. 때로 헛된 고생도 했지만, 바로 그 와중에서 나를 영원으로 이끄는 한 여자를 만나 이제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나의 죽음을 어떤 경우에도 절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
편지 - 아버지에게
체 게바라
카리브해의 푸른 바다가 저를 부릅니다 레닌의 말들이 절절이 울려오는 쿠바의 그 풍광으로 제 가슴을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아바나로 갑니다 |
핀셋
체 게바라
혁명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돕는 의사와 같은 것이다. 혁명은 핀셋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핀셋을 요구할 때는 망설임 없이 사용한다. 해산의 고통은 더 이상 잃을 것밖에 없는 자들에게 보다 나은 삶이라는 희망을 안겨다준다.
망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이것뿐이다. 폭력은 착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피착취자들 역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단지 적절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싸움을 피할 수 있는 데도 싸움을 하는 자는 범죄자다. 그런 자는 피해서는 안 될 싸움에는 꼭 피한다. |
행복한 혁명가
체 게바라
쿠바를 떠날 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열매를 따먹을 줄 모르는 바보 같은 혁명가라고.
난 아직 씨를 뿌려야 할 곳이 많다고. 그래서 나는 행복한 혁명가라고. |
희망
체 게바라
게릴라로 싸우던 동안에는 물론 심지어 지금까지도 카스트로의 이야기는 내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당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무기를 방기한 게릴라로서의 지불해야 할 대가는 바로 목숨이기 때문이다. 적과 직접 부딪쳐 싸울 경우 살기 위해 의지해야 할 유일한 희망은 바로 무기뿐이다. 그런데 그 무기를 버리다니! 그것은 처벌받아 마땅할 범죄다.
단 하나의 비밀, 단 하나의 진지도 적들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