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좌파도서관

전체주의(한자: 全體主義, 이탈리아어: Totalitarismo)는 개인을 전체의 존립을 위한 도구·수단으로 여기는 사상이다.

어원

이탈리아의 자유주의 정치인인 조반니 아멘돌라(Giovanni Amendola)는 무솔리니의 사상인 파시즘을 지칭하기 위해 ‘토탈리타리스모’(Totalitarismo)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1]

개요

형식규정으로서 전체주의는 개인을 전체의 존립, 유지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상을 말한다. 본질규정으로서 전체주의는 사멸하는 사회구성체를 온존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근대적 지배 수단으로서의 정치적 기술이자 현상이다. 전체주의는 그것의 발로로서 근대적 국민국가 및 추상화된 '민족정신'에 대한 숭배를 핵심적인 요소로 지닌다. 근대적 국민국가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대한 상부구조이므로, 전체주의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하에서 전체주의가 등장할 수 있는 근거는, 자본주의의 생산력과 조응된 일반적 국가 체계와 관련된다.

자본주의 상부구조로서 국가는 높은 생산력으로 견인되며, 총자본의 의지를 반영한다. 자본주의 국가 기구는 전(前)자본주의의 자연 경제하의 국가 기구와는 달리, 사회 전반의 생산력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자본주의 상부구조로서 국가는 전국적인 공공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정도의 행정력을 갖췄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모순 심화에 조응하여, 더욱 비대화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그 사회의 구성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국가 기구의 특성에 따라, 국가는 국민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통치체라는 규정을 확보할 수 있다. 자본주의 국가 기구는 자본주의 국가 기구의 이러한 특질은 그 사회의 성원으로 하여금 결속력을 갖추게 하는 요소로 되는데, 자본주의하 군중은 "국가의 이익이 곧 국민의 이익"이라는 사고에 쉽게 젖어들 수 있다.

한편, 자본주의는 집적과 집중을 통해 제국주의로 전화한다. 제국주의 단계에서 자본주의 기본모순은 전 세계적 기본모순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제국주의의 심화는 곧 독점자본 간 모순의 심화를 말하는데, 독점자본은 세계 재분할을 통해 타 독점자본에 대해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각 나라의 독점자본은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를 창출하여, 이윤 중 불변자본에 대한 투하량을 타 독점자본에 비해 크게 높여 경쟁에서 이점을 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노동자계급의 반대를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독점자본은 노동대중의 과학적 사고를 마비시키기 위해, "국가의 이익이 곧 당신의 이익"이라는 전체주의를 고취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노동대중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의 욕구를 억제하며, 자본의 이윤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즉, 전체주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근대적 국가 기구의 구성 요소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전체주의는 본질적으로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주의에 대한 반동적 견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제를 포함한 제국주의 국가는 폭발하는 사회 진보에 대한 추동을 고립·분쇄하기 위해 사회주의권을 악마화해야 했다. 이러한 정치적 음모의 결과로 등장한 것이 1950년 워싱턴 D.C.에서 조직된 '전체주의 학파'이다.

'전체주의 학파'는 명목적으로는 "전체주의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조직된 것처럼 선전되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회 진보를 위한 인민의 노력 및 사회주의 운동을 파시즘나치즘과 엮어서 악마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직된 미제의 관변 학술 집단이었다. 이 학술 집단에서 배출한 가장 유명한 정치법학자로는 C. J. 프리드리히와 Z. 브레진스키가 있다.

프리드리히는 전체주의를 다음의 여섯 조건에 따른 정치 현상이라 기술한다[2]:

(1) 정교한 지도 이념
(2) 독재자가 이끄는 단일한 대중 정당
(3) 비밀경찰와 비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테러 체제
(4) 무기의 독점
(5) 통신 수단의 독점
(6) 국가 계획을 통한 경제의 중앙 지도적 통제

전체주의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당시 사회주의권을 겨냥한 것으로, 현대에 들어 '자유지상주의자'[3]라 불리는 정치 집단은 여섯 번째 요소인 중앙집중적 계획 경제를 전체주의가 맞느냐 아니냐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의 반동 사상가인 R. 아롱 역시 '전체주의 학파'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였는데, 그의 저서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에는 프리드리히의 견해와 유사한 전체주의 정의가 담겨져 있다.[4]

역사 왜곡을 시도하며, 사회 진보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대부분의 학자들[5]은 전체주의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며, 역사상 존재했던 사회 진보 시도(프랑스 혁명, 제3세계의 민족민주변혁 등)를 모두 전체주의 현상의 일종으로 규정한다.

과학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K. 포퍼는 자신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과 《역사법칙주의의 빈곤》에서 전체주의의 역사를 고찰하였다. 그는 그것의 뿌리를 플라톤에서 G. W. F. 헤겔로, 헤겔에서 K. 마르크스로, 마르크스에서 V. I. 레닌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존재론'이라고 간주하였다. 그는 인간이 이성적일 수 있다는 견해, 자연적 대상과 사유의 일치성을 강조하는 견해, 사회 진보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단일한 법칙을 강조하는 모든 견해를 전체주의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러한 견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파시즘의 사상적 선구자인 A. 쇼펜하우어와 F. 니체를 폭넓게 인용한다.

상기한 학설 및 그 학설의 주창자들은 냉전기 미제와 그 꼭두각시 국가가 자행한 국가테러리즘, 침략 행위와 그러한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국민을 어떻게 세뇌하였고, 그들을 어떻게 애국주의, 국가주의라는 틀 속에 가두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확대에 맹렬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데, 그들은 민주주의를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라고 규정[6]하며, 18세기 부르주아의 고전적 자유주의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체주의에 대한 그들의 정의는 실은 독점자본의 가장 전체주의적인 의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전체주의에 대한 그들의 정의를 따른다면, 그들 스스로도 전체주의자가 되는 모순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투쟁 성과인 복지 제도, 사회 계약에 대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견해, 공공 정책 등을 모두 전체주의라고 규정하는데, 전체주의를 이렇게 규정할 경우, 그들도 인정하는 권리와 의무에 관한 모든 구체적인 내용도 전체주의가 되어버린다. 일반적으로 '전체주의 학파'의 영향권 내에 있는 학자들은 자국을 위한 애국주의, 그리고 해외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데,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조치는 최소한의 공권력을 발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상식적인 관점'도 전체주의가 된다.

같이 보기

각주

  1. Richard Pipes (1995), Russia Under the Bolshevik Regime, New York: Vintage Books, Random House Inc., p. 243,
  2. Brzezinski, Zbigniew; Friedrich, Carl (1956). Totalitarian Dictatorship and Autocracy. Harvard University Press.
  3. 이는 파시즘의 새로운 경향 중 하나일 뿐이다. 우익 자유지상주의자들은 노동운동과 사회 진보 시도에 대한 즉각적이고 과격한 진압을 요구하며, 경제적 요구는 모두 독점자본의 이해와 관련되어 있다.
  4. Aron, Raymond (1968). Democracy and Totalitarianism. Littlehampton Book Services.
  5. F. 하이에크, L. V. 미제스, H. 아렌트, I. 벌린, K. 포퍼, F. 퓌레 등은 모두 이에 속한다.
  6. 그들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합리적인 정치 제도라는 것을 선전하는데, 더 많은 노동대중에게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시도를 전체주의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노동자 민주주의가 보장된 당시의 사회주의권의 정치 제도는 그들에게는 '가장 폭압적인 전체주의'였으며, 현재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