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좌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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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19일 (목) 13:5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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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좌파가 아니다




신현수



비 내리는 날

낡은 유모차에 젖은 종이 박스 두어 장 싣고 가는

노파를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네온 불 휘황한 신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

온몸을 고무로 감고

사람의 숲을 뚫고 천천히 헤엄쳐 가는

장애인을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저리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천일 가까이 한뎃잠을 자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봐도

이제 그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제초제를 마시고 죽은 농민을 봐도

몸에 불 질러 죽은 농민을 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으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난 좌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