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주의냐 사회주의냐/서두

좌파도서관
Karl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3월 9일 (목) 00:3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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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냐, 사회주의냐?
서두

현대 사회생활의 기본은 계급투쟁이다. 이 투쟁과정에서 계급들은 각각 자기의 이데올로기를 지침으로 삼는다. 부르주아지에게는 자기의 이데올로기가 있다. 그것은 소위 자유주의라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트에게도 자기의 이데올로기가 있다. 그것은 다 아는 바와 같이 사회주의이다.


자유주의를 그 어떤 전일적이며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부르주아지의 각 계층에 따라 각이한 유파로 갈라져 있다.


사회주의도 역시 전일적이며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거기에도 역시 여러 가지 유파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자유주의를 고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사회주의와 그 조류들만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흥미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는 개량주의, 무정부주의, 맑스주의라는 세 가지 주요 조류로 나눠진다.


개량주의(베른슈타인 등등)는 사회주의가 먼 앞날의 목적일 따름이고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인정한다. 개량주의는 사실상 사회주의 혁명을 부인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하려고 하며 계급투쟁이 아니라 계급협조를 주장한다. 이 개량주의는 나날이 무너져 가며, 나날이 사회주의의 여러 특징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특징을 규정하고자 하는 이 논문에서 개량주의를 고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맑스주의와 무정부주의는 이와는 문제가 전혀 다르다. 이 두 조류는 현재 다 같이 사회주의적 조류로 인정되고 있다. 이 두 조류는 서로 치열한 투쟁을 하고 있으며 서로 자기가 진정한 사회주의 학설이라는 것을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보여 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므로 이 두 조류를 대비 고찰하는 것이 당연히 독자들에게 훨씬 더 흥미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정부주의”란 말만 하여도 거만하게 손을 내저으면서 “할 일이 없어서 무정부주의를 문제 삼겠는가, 그런 것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멸시하는 태도로 돌아서 버리는 따위의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값싼 “비판”은 진중하지 못하며 무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정부주의자들에게는 “대중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자위하는 따위의 사람들도 아니다. 문제는 오늘날 “대중”이 누구를 많이 따르고 적게 따르는가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설의 본질에 있다. 만일 무정부주의자들의 “학설”이 진리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그 “학설”은 자기의 길을 기어이 개척하고 자기 주위에 대중을 집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만일 그 “학설”이 불합리하며 허위의 토대 위에 선 것이라면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하고 곧 허공에 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정부주의의 불합리성은 반드시 논증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맑스주의와 무정부주의는 동일한 원칙을 가졌으며 그것들 간에는 다만 전술상의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의 견해에 의하면 이 두 조류를 서로 대립시킨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잘못이다.


우리는 무정부주의자들을 맑스주의의 실재하는 적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는 실재하는 적과는 본격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정부주의자들의 “학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해야 하며 이를 모든 측면에서 철저하게 구명해야 한다.


문제는 맑스주의와 무정부주의가 비록 다 같이 사회주의의 기치를 들고 투쟁 무대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원칙 위에 서 있다는 데 있다. 무정부주의의 초석은 개인이다. 무정부주의의 견해에 의하면 개인의 해방은 대중, 집단을 해방하는 주요 조건이다. 무정부주의의 견해에 의하면 대중의 해방은 개인이 해방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무정부주의의 구호는 “모든 것은 개인을 위하여”라는 것이다. 맑스주의의 초석은 대중이다. 맑스주의의 견해에 의하면 대중의 해방은 개인을 해방하는 주요 조건이다. 즉 맑스주의의 견해에 의하면 개인의 해방은 대중이 해방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맑스주의의 구호는 “모든 것은 대중을 위하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술상의 의견 차이뿐만 아니라 서로를 부정하는 두 원칙이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 논문의 목적은 서로 대립되는 이 두 원칙을 대조하며 맑스주의와 무정부주의를 서로 비교함으로써 그것들의 장점과 단점을 밝히는 데 있다. 여기서 우리는 독자들에게 논문의 대강을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선 맑스주의의 특징을 밝히고 내친김에 맑스주의에 대한 무정부주의자들의 견해를 언급한 다음 무정부주의 그 자체를 비판하는 데로 넘어가려 한다. 즉 변증법적 방법, 이에 대한 무정부주의자들의 견해와 우리의 비판, 유물론적 이론, 무정부주의자들의 견해와 우리의 비판을 서술하고(여기에서 또한 사회주의 혁명, 사회주의 독재, 최저 강령과 전술 일반을 논할 것이다), 다음에 무정부주의자들의 철학과 우리의 비판, 무정부주의자들의 사회주의와 우리의 비판, 무정부주의자들의 전술과 조직을 서술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우리의 결론을 내릴 것이다.


우리는 소규모 공동체 사회주의의 설교자인 무정부주의자들이 참다운 사회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무정부주의자들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부인하는 한 참다운 혁명가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하기에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본론으로 넘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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