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레닌은 “영구(연속)혁명” 사상과 싸웠는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레닌은 농민의 혁명적 능력을 “최고로 발휘시키고” 농민의 혁명적 에너지를 남김없이 사용하여 짜르를 완전히 청산하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넘어갈 것을 주장하였다. 반면에 “영구혁명” 지지자들은 러시아 혁명에서 농민이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농민의 강한 혁명적 에너지를 과소평가했으며 농민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러시아 프롤레타리아의 힘과 능력도 과소평가하였다. 그래서 농민을 프롤레타리아 주위에 결속시켜 부르주아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업을 방해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가 권력을 넘겨받음으로써 혁명이 완성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영구혁명"의 지지자들은 프롤레타리아트가 권력을 직접 장악하는 것으로부터 혁명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농노제의 잔재와 같은 “자질구레한 것”에 눈을 감게 하고 러시아 농민과 같은 중요한 세력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한 정책이 프롤레타리아트 편으로 농민을 끌어들이는 것을 방해할 뿐이라는 점 때문에 레닌은 이들과 싸운 것이다.
결국, 레닌이 “영구혁명"의 지지자들과 싸운 지점은 연속성의 문제가 아니다. 레닌 자신이 연속 혁명의 관점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레닌이 싸운 이유는 “영구혁명" 지지자들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최대 예비군인 농민의 역할을 과소평가하였기 때문이며 프롤레타리아트의 헤게모니 사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구혁명" 사상을 새로운 사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사상은 맑스가 1840년대 말에 <공산주의자 동맹>에 보낸 유명한 “호소문”(1850)에서 처음으로 제출한 것이다. 우리의 “영구혁명론자들”은 이 문서로부터 연속 혁명의 사상을 취한 것이다.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은 우리의 “영구혁명론자들”이 이 사상을 맑스로부터 가져오면서 좀 고쳤는데 고친 결과 “못쓰게 만들어” 실제로 적용하는 데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오류를 시정하고 맑스의 연속 혁명의 사상을 순수한 형태로 섭취하여 혁명 이론의 초석으로 만드는 데는 레닌의 능숙한 솜씨가 필요하였다.
맑스는 “호소문”에서 일련의 혁명적-민주주의적 요구를 열거하고 공산주의자들은 이것들을 응당 쟁취해야 한다고 호소한 후 연속혁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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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적 소부르주아지는 위의 요구들을 실현함으로써 되도록 빨리 혁명을 끝내려고 한다. 반면에 우리의 관심과 임무는 끊임없이 혁명을 추진하는 것이다. 크든 작든 모든 유산계급이 지배적 지위에서 배제될 때까지, 프롤레타리아트가 국가권력을 쟁취할 때까지, 프롤레타리아의 연합이 한 나라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배적 국가들에서 충분히 발전하여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경쟁이 없어지고 적어도 결정적 생산력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수중에 집중될 때까지 계속 혁명을 추진하는 것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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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ㄱ) 맑스는 1850년대 독일에서 혁명을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직접 수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러시아 “영구혁명론자”들의 계획과 상반되는 것이다.
ㄴ) 맑스는 오직 프롤레타리아트가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혁명이 완성된다고 주장하였다. 프롤레타리아의 권력 장악은 부르주아 분파들을 권력의 지위에서 하나씩 하나씩 쓰러뜨림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가 권력을 장악한 후에는 차례차례로 모든 나라에 혁명의 불길을 일으켜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레닌이 제국주의 조건하에서의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에 따라 지도하고 실행한 우리 혁명의 모든 과정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러시아 “영구혁명론자들”은 러시아 혁명에서 농민의 역할과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 사상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구혁명"에 대한 맑스의 사상을 (한층 나쁘게) 변경시켜 실천에 적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닌은 우리의 “영구혁명론자들”의 이론을 “독특”하고 “고상한” 것이라고 조소하고는 “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10년 동안 내내 이 고상한 이론을 거들떠보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는 그들을 꾸짖었다(레닌은 이 논문을 “영구혁명론자들”의 이론이 러시아에서 나타난 지 10년 후인 1915년에 집필하였다). (≪레닌 저작집≫ 제18권, p. 317을 보라.)
레닌은 영구혁명론을 반半멘셰비키 이론이라고 여겼다. 이 이론은 “볼셰비키로부터 프롤레타리아트의 결연한 혁명투쟁에의 호소와 정치권력의 탈취사상을 취하고 멘셰비키로부터 농민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2]고 하였다. (레닌의 논문 “혁명의 두 노선에 대하여” ― 위와 같은 곳을 보라.)
이상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성장 전화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에 관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즉각적” 이행을 목적으로 한 부르주아 혁명의 활용에 관한 레닌의 사상이다.
다음으로, 이전에는 한 나라에서의 혁명의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이는 부르주아지에 대해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나라 전부 또는 적어도 대다수의 프롤레타리아트가 연합하여 행동해야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이제 이러한 견해는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한 나라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제국주의 조건 하에서는 다양한 자본주의 나라들의 발전이 불균등하고 산발적인 성격을 띤다는 것, 제국주의 내부의 파국적인 모순들이 불가피하게 전쟁으로 발전한다는 것,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혁명운동이 성장한다는 것. ― 이 모든 사실로 인해 개별적인 나라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승리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의 역사가 이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부르주아지의 전복은 절대적인 필수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건들이 없이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권력 장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레닌은 소책자 ≪좌익 소아병≫에서 이 조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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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혁명, 특히 20세기의 3차에 걸친 러시아 혁명에 의해 실증된 혁명의 기본 법칙은 다음과 같다. 즉 혁명을 위해서는 단지 피착취 피억압 대중이 이전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식하고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착취자들도 이전대로 살아갈 수 없고 지배할 수 없는 것이 필요하다. ‘하층계급’이 이전 것을 원치 않을 때, ‘상층계급’이 이전대로 계속해 나갈 수 없을 때 ― 오직 그때에만 혁명은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혁명은 (착취자와 피착취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 국가적 위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22) 그러므로 혁명을 위해서는 첫째, 노동자의 다수(또는 적어도 계급의식이 있고 사상을 가진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노동자의 대다수)가 혁명의 필요성을 완전히 깨닫고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둘째, 지배계급이 정치의 위기에 봉착해야 한다. 이 위기는 가장 후진적인 대중들까지도 정치로 이끌며 … 정부를 약화시키고 혁명가들이 정부를 신속하게 전복할 수 있게 한다. (≪레닌 저작집≫ 제25권, p. 222를 보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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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나라에서 부르주아지 권력을 전복하고 프롤레타리아 권력을 수립하는 것이 아직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승리한 나라의 프롤레타리아트는 자신의 권력을 튼튼히 하고 농민을 이끌고 나가야 비로소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고 건설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완전하고 종국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인가? 다시 말해 한 나라의 힘만으로 사회주의를 종국적으로 확립하고 무력간섭과 구제도의 복구에 대항하여 나라를 완전히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몇 나라에서 혁명이 승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혁명을 발전시키며 지지하는 것은 승리한 혁명의 중대한 과업이다. 승리한 나라의 혁명은 자족적인 단위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를 촉진시키는 지원 세력이며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레닌은 이런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하였다. 승리한 혁명의 과업은 “모든 나라의 혁명을 발전시키며 지원하고 고무하기 위하여 한 나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4]이다. (≪레닌 저작집≫ 제23권, p. 385를 보라.)
대체로 이러한 것들이 레닌의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의 특징이다.
- ↑ ≪맑스 엥겔스 저작 선집≫ 제2권, p. 119.
- ↑ V. I. Lenin, “ON THE TWO LINES IN THE REVOLUTION”, LENIN COLLECTED WORKS, VOLUME 21, p. 419.
- ↑ V. I. 레닌,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 p. 94.
- ↑ V. I. 레닌,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 p.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