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가격 그리고 이윤/임금과 가격

좌파도서관
Karl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4일 (수) 15:54 판
임금, 가격 그리고 이윤
5. 임금과 가격

우리 친구의 모든 주장을 가장 단순한 이론적 표현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하나의 독단으로 귀착한다. "상품의 가격은 임금에 의해 결정되거나 규제된다."

나는 이미 논파된 이 낡아빠진 오류를 반증하려고 실제로 관찰한 바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영국의 공장 직공, 광부, 조선공 등은 노동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이들의 생산물은 다른 모든 국민들의 생산물보다 싸게 팔리는 데 반해, 예컨대 영국 농업 노동자는 노동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이들의 생산물은 다른 거의 모든 국민들의 같은 생산물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을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각종 제품을 서로 비교하거나 다른 나라들의 상품과 비교해 봄으로써 나는, 실제적인 예외가 아니라 외관상의 몇몇 예외를 뺀다면, 평균적으로 가격이 비싼 노동이 가격이 싼 상품을 생산하며 가격이 싼 노동이 가격이 높은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앞의 가격이 비싼 노동과 뒤의 가격이 싼 노동이 각각 그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원인임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하여튼 이것은 상품의 가격이 노동의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경험적 방법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

혹시 웨스턴 씨가 "상품의 가격은 임금에 의해 결정되거나 규제된다."는 독단을 제시한 사실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는 결코 그렇게 정식화한 적은 없다. 오히려 그는 노동자의 임금뿐만 아니라 자본가의 이윤과 지주의 지대도 상품 가격으로 지불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윤과 지대도 상품 가격의 구성 부분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에 따른다면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무엇보다 임금에 의해 형성된다. 그 다음에 자본가를 위한 추가분과 지주를 위한 추가분이 가격에 합쳐진다. 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노동에 대해 지불하는 임금이 10이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이윤율이 100%라면 먼저 지불된 임금에 자본가는 10을 더할 것이며, 또 지대율도 임금의 100%라면 10이 더 덧붙을 것이므로 상품의 총가격은 30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단지 가격이 임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일 뿐이다. 위의 경우 임금이 20으로 오른다면 상품 가격은 60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이 가격을 규정한다는 독단을 주장한 정치 경제학의 퇴물 저술가들은 모두 이윤과 지대를 임금에 더해지는 단순한 추가분으로 다룸으로써 이 독단을 입증하려 했다. 물론 이들 가운데 누구도 이 추가분의 한도를 어떠한 경제 법칙으로 설명해 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이윤이 전통, 관습, 자본가의 의지, 또는 그 밖의 마찬가지의 어떤 임의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방법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만약 그들이 이윤은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은 의미 없는 이야기다. 경쟁은 확실히 각 산업 부문마다 서로 다른 이윤율을 균등화하거나 하나의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하기는 하지만 결코 그 수준 자체나 일반 이윤율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은 임금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때 그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임금이란 노동의 가격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상품의 가격은 노동의 가격에 의해 규제된다는 뜻이다. "갸격"은 교환 가치---내가 가치라고 하는 경우는 항상 교환 가치를 가리킨다.---즉 화폐로 표현된 교환 가치이므로 그 주장은 결국 다음과 같이 된다. "상품의 가치는 노동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또는 "노동의 가치는 가치의 일반적 척도다."

그렇다면 '노동의 가치' 자체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여기서 우리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물론 우리가 논리적으로 추론하려는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독단을 주창한 자들은 논리적인 고민 거리는 가볍게 넘긴다. 예컨대 우리 친구 웨스턴 씨를 보자. 애초에 그는 임금이 상품 가격을 규제하며, 따라서 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가격도 오른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 다음에 그는 거꾸로, 상품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로, 또 임금은 사실상 그것을 지출하여 살 수 있는 상품의 가격으로 측정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임금 인상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노동의 가치가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로 시작해서 상품의 가치는 노동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로 끝맺는다. 그래서 우리는 최악의 순환 논법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아무런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대체로 한 상품의 가치, 예컨대 노동·곡물 또는 그 밖의 어떤 상품의 가치를 가치의 일반적 척도와 규제자로 삼는다면 우리는 단지 난관을 일시적으로 피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의 가치를 또 다른 가치로서 결정하는데, 그 가치 또한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독단을 가장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면 "가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가 되는데, 이러한 동어 반복은 사실 우리가 가치에 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정치 경제학의 일반 법칙에 관한 모든 추론은 단지 군소리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1817년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정치 경제학의 원리』에서 리카도가 "임금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해묵고 일반적인, 그리고 낡아빠진 오류를 근본적으로 깨뜨린 것은 그의 위대한 공적이었다. 그런데 아담 스미스와 그의 프랑스 인 선행자[중농학파]들은 이 오류를 그들 연구의 진실로 과학적인 부분에서는 배척하면서도 한층 피상적이고 통속적인 장(章)들에서 다시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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