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주의의 기초는 큰 주제이다. 이 주제를 충분히 설명하자면 온전한 책 한 권은 필요하다. 아니 여러 권을 써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 강의가 레닌주의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잘해야 레닌주의의 기초를 간명하게 추리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한 개요라도 소개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레닌주의를 잘 연구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몇 가지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레닌주의의 기초를 설명하는 것이 레닌의 세계관의 토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레닌의 세계관과 레닌주의의 기초는 그 각각의 범위가 다르다. 레닌은 맑스주의자이고 맑스주의를 세계관의 토대로 삼고 있다. 그렇다고 맑스주의의 기본부터 레닌주의를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레닌주의를 설명한다는 것은 레닌이 맑스주의 보물고에 기여한 것으로 레닌의 이름과 관련된 특수하고 새로운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내가 이 강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레닌주의의 기초란 이러한 의미이다.
그러면 레닌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레닌주의란 맑스주의를 러시아의 특수한 조건에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의가 진실의 일면을 나타내긴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레닌은 맑스주의를 러시아의 현실에 아주 능수능란하게 적용하였다. 그러나 만일 레닌주의가 단지 맑스주의를 러시아의 특수한 사정에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레닌주의는 순전히 일국적인, 오직 일국적인 즉 순전히 러시아적인, 오직 러시아적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레닌주의가 국제적 발전 전반에 뿌리를 박고 있는 국제적 현상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레닌주의에 대한 위 규정이 일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다른 사람들은 레닌주의란 1840년대의 맑스주의가 지녔던 혁명적 요소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한다. 소위 온건하고 비혁명적인 후기 맑스주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맑스의 학설을 혁명적 부분과 온건한 부분으로 나누는 어리석고 속류적인 방법은 일단 논외로 하자. 그러면 전체적으로 보아 불충분하고 적당하지도 않은 이 정의에서도 진실의 일면을 보게 된다. 즉 제2 인터내셔널의 기회주의자들이 파묻어 버린 맑스주의의 혁명적 내용을 레닌이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진실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레닌주의의 진짜 진실은 맑스주의를 부활시켰다는 것만이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와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의 새로운 조건에 맞게 맑스주의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
그러면 레닌주의란 결국 무엇인가?
레닌주의는 제국주의와 프롤레타리아 혁명 시대의 맑스주의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레닌주의는 일반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이론과 전술이고 특수하게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이론과 전술이다. 맑스와 엥겔스는 혁명(우리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전以前 시대에 활동했다. 이 시대는 발달한 제국주의가 발생하지 않았던 시대로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을 아직 준비하던 시대, 즉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직접적 실천적으로 필연적이지 않은 시대였다. 그러나 맑스와 엥겔스의 옹호자인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펼쳐지던 시대에 활동했다. 이 시대는 발달한 제국주의 시대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이미 한 나라에서 승리하여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타도하고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쏘비에트를 열어 놓은 시대이다.
바로 이 때문에 레닌주의란 맑스주의를 가일층 발전시킨 것이 된다.
흔히들 레닌주의는 유달리 전투적이고 혁명적이라 한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레닌주의가 이런 특성을 가지게 된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로 레닌주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태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흔적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레닌주의는 제2 인터내셔널의 기회주의에 대항하는 투쟁 속에서 자라나고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와의 투쟁은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맑스, 엥겔스에서 레닌에 이르는 사이에 제2 인터내셔널이 완전히 지배한 일정 시기가 있었다. 이 기회주의에 대한 무자비한 투쟁이 레닌주의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