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주의자들에게는 어떤 고질병이 하나 있다. 그들은 자기의 반대파 당을 “비판”하기는 아주 즐겨하나 이 당들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조금도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본 바와 같이 무정부주의자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변증법적 방법과 유물론적 이론을 “비판”할 때에도 역시 그러한 태도를 취하였다. (제1장과 제2장을 보라.) 그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의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서도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사회혁명당원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 간에 원칙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이 있겠는가? 사회혁명당원들은 맑스주의, 맑스주의의 유물론적 이론, 그의 변증법적 방법, 그의 강령과 계급투쟁을 부인하는데,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전적으로 맑스주의에 입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혁명 러시아≫(사회혁명당원들의 기관지)와 ≪이스크라≫(사회민주주의자들의 기관지) 간의 논쟁을 조금이라도 얻어들은 사람이라면 그에게는 이 원칙적 차이가 명백할 것이다. 그런데 이 차이를 보지 못하고 사회혁명당원이나 사회민주주의자나 다 맑스주의자라고 떠들어 대는 “비판가”에 대하여 당신들은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무정부주의자들은 예컨대 ≪혁명 러시아≫와 ≪이스크라≫ 두 기관지가 다 맑스주의적 기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정부주의자들의 논문집 ≪빵과 자유≫, 202페이지를 보라.)
사회민주주의의 원칙들에 대한 무정부주의자들의 “앎(familiar)”이란 이런 정도이다!
따라서 그들의 “과학적 비판”이 얼마나 근거가 있겠는가 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명백하다. …
이 “비판”을 고찰하여 보자.
무정부주의자들의 주되는 “비난” 내용은 그들이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진정한 사회주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고 사회주의의 적이라고 그들은 계속 되풀이한다.
이에 대하여 크로포트킨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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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 사회민주주의 학파의 대다수 경제학자들과는 다른 결론을 내린다. … 대다수 사회주의자들(사회민주주의자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국가자본주의와 집단주의인데 우리의 결론은 … 자유로운 공산주의이다. (크로포트킨, ≪현대과학과 무정부주의≫,74-75페이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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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자들의 “국가자본주의”와 “집단주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하여 크로포트킨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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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주의자들의 말에 의하면 축적된 전체 재부(財富)는 국가의 수중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국가는 그 재부를 노동자의 협동체에 맡기고 생산과 교환을 조직하며 사회의 생활과 노동을 관리하게 되리라고 한다. (크로포트킨, ≪폭동자의 연설≫, 64페이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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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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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자들은 … 자기들의 계획에서 … 이중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 제도를 청산하려고 하면서도 그 제도의 기초로 되는 두 가지 조직 즉 대의제 통치와 임금노동을 보존하고 있다.” (≪빵의 쟁취≫, 148페이지를 보라.) …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집단주의는 … 임금노동을 … 그대로 보존한다. 다만 … 대의제 정부가 … 주인 자리에 앉는 것이 다를 뿐이다. …
이 정부의 대표들은 “생산에서 생기는 잉여가치를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이외에도 이 제도에서는 노동자의 노동과 교육받은 자의 노동 간에 … 차이를 둔다. 집단주의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미숙련 노동자의 노동은 단순노동이며 맑스가 복잡노동이라고 한 그러한 노동에 종사하는 수공업자, 기사, 학자 등등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같은 책, 52페이지.) 이리하여 노동자들은 필요한 생산물을 그들의 수요에 따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봉사에 비례하여” 받게 될 것이다. (같은 책, 157페이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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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무정부주의자들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다만 그 뻔뻔스러움이 더할 뿐이다. 그들 중에서 유달리 무모하게 떠들어 대는 이가 바톤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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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자들의 집단주의란 무엇인가? 집단주의 혹은 더 정확히 말하여 국가자본주의는 다음과 같은 원칙 위에 서 있다. 즉 각자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 혹은 국가가 정해 주는 만큼 일하면서 자기 노동의 대가를 상품으로 받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 그런즉 여기서는 “입법의원이 필요하며 … 집행권 즉 장관(ministers), 온갖 행정관, 헌병과 밀정들이(역시) 필요하게 되며 만일에 불평을 품은 자들이 지나치게 많다면 아마 군대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호소≫, 제5호, 68-69페이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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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사회민주주의자들에 대한 무정부주의자 제씨의 첫째 “비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