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좌파도서관

가치(Wert, Value, 價値)는 사용가치의 대립물이자, 교환가치를 현상형태(erscheinungsform)로 갖는 상품의 본질(本質) 또는 일자(一者)이다.

개요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소비가 아닌 판매를 위해 생산되는 물건이기도 하다. 여기서 물건은 소비를 통해서, 그 소비자로 하여금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데, 이렇게 어떠한 소비 행위를 통해 욕망이 충족되게 해 주는 성질을 사용가치라고 하며, 그것이 교환되는 양적 관계로 형식화된 것을 교환가치라고 한다.

일정량의 상품은 다른 질적 규정을 갖는 상품과 등치(等置)된다. 예를 들어, 다섯 덩이의 사과는 열 덩이의 귤과 등가형태를 가진다고 할 때, 다섯 개의 사과는 그 사용가치를 열 개의 귤이라는 교환가치로 표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상이한 질의 두 물건이 교환는데, 상이할 질적 규정을 갖는 두 사물이 양적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그러한 질적 규정 속에서도 공통성질을 내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무게 단위인 kg과 길이 단위인 cm 사이의 등치 관계를 성립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자연과학적 의미에서 책 한 권과 쇠고기 한 근을 비교한다면 각 두 사물에 내재된 에너지 총량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여기서 에너지는 공통성질로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상이한 질적 규정을 갖는 두 상품 사이에도 공통성질이 있는 것인데, 이러한 이해는 결과적으로 두 물건을 구성하는 본질로서 가치라는 개념을 정립할 수 있게 한다.[1]

상품의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추상적 인간 노동이며, 상품의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상이한 질적 특성을 갖는 노동으로서 구체적 유용 노동이라고 한다. 사용가치는 노동 없이 존재(공기, 샘물 등)할 수 있지만, 가치는 추상적 인간 노동이라는 사회적 노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2]

가치의 크기는 재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하 사회적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사과 다섯 덩이가 귤 열 덩이와 교환될 수 있는 것은, 각 교환되는 상품의 총량에 내재된 사회적 노동시간이 같기 때문이다. 즉, 가치가 같기에 등가형태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사용가치와의 관계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화폐형태라는, 가치형태의 최종적 발전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용가치는 점차적으로 가치의 가상(schein, 假象)으로 전락한다. 가치형태가 발전함에 따라 가치의 대립물인 사용가치는 가치라는 규정 속에 지양된 존재(가상된 존재)로 남게 되고, 가치의 화신인 화폐가 성립하게 되면 사용가치는 형태적 사용가치(화폐의 사용가치)로 더더욱 가상된다.

교환가치와의 관계

교환가치는 가치의 현상형태로 본질-현상 변증법에서 본질(가치)을 이루는 대립물이다. 가치는 오로지 가치형태로만 그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으며, 가치형태의 실제적 표현이 곧 교환가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다음과 같은 등가가 성립한다고 가정해보자.

소주 한 병 = 원피스 세 벌

여기서 소주 한 병과 원피스 세 벌에 내재된 재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세 시간이라고 가정하자. 소주 한 병의 사용가치는 원피스 세 벌이라는 교환가치로 표현되는 동시에, 세 시간이라는 노동시간 역시 그 현상형태로서 위 단순한 가치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위 단순한 가치형태는 모든 상품에 대한 가치형태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가치는 그 스스로의 실현 및 자기발전의 자기운동(본질-현상 변증법 및 본질-형식 변증법을 통하여)을 통해 단순한 가치형태를 전개된 가치형태로, 전개된 가치형태를 일반적 가치형태로, 일반적 가치형태를 화폐형태로까지 발전시킨다.

화폐형태에 이르게 되면 등가형태는 모조리 화폐(금 또는 은)의 도량표준에 따라 환산된다. 예를 들어 원피스 세 벌, 사과 다섯 덩이 등은 모두 하나의 화폐 정량으로 표시된다. 여기서 화폐(가치의 가장 발전된 형태로서)는 자기에 대한 사용가치(형태적 사용가치)를 낳고 교환가치는 가격(價格)으로 정립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지불수단으로서 어음 등과 같은 독립된 교환가치로 자신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이른바, 대립물인 사용가치를 가상의 영역에 가둬놓은, '홀로 선 가치(홀로 선 교환가치)'가 된 것이다.

주석

  1. 김윤환 편역 (1986), ≪정치경제학≫, 제2권, 인간사, pp. 114-115.
  2. 위와 같은 문헌, p.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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