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보수적 또는 부르주아적 사회주의

좌파도서관
공산당 선언
3.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문헌
2. 보수적 또는 부르주아적 사회주의

부르주아지의 일부는 부르주아 사회의 존재를 공고히하려고 사회의 질병들을 치료하고자 한다.

경제학자, 박애주의자, 인도주의자, 근로 계급의 처지 개선론자, 자선 사업가, 동물 애호 협회원, 금주 협회 조직자, 각양 각색의 보잘것없는 개량주의자들이 모두 이에 속한다. 이러한 부르주아 사회주의는 완전한 체계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그 예로 프루동의 『빈곤의 철학』[1]을 들 수 있다.

사회주의적 부르주아들은, 현대 사회 존립의 여러 조건은 유지하되 이 조건들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투쟁과 위험만은 없애려 한다. 그들은 현대 사회를 유지하되 그것을 변혁하고 분해하는 요소만은 없애려 한다. 그들은 프롤레타리아트가 없는 부르주아지를 갖고 싶은 것이다. 부르주아지는 물론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를 최상의 세계로 생각한다. 부르주아 사회주의는 이러한 편의적인 관념을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갖춘 체계로 오나성한다. 부르주아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부르주아 사회주의체계를 실혐하여 새로운 예루살렘에 이르기를 권고하고 있으나, 사실 그것이 요구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트가 현존 사회에 머물러 있되 부르주아 사회를 그 어떤 증오스러운 것으로 보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회주의 가운데 덜 체계적이기는 하지만 더 현실적인 또 하나의 형태가 있는데, 이것은 노동자 계급에게는 이러저러한 정치 변혁이 유익한 것이 아니라 오직 물질적 생활 조건이나 경제적 관계를 바꾸는 것만이 유익하다는 사실을 논증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혁명 운동에 염증을 느끼도록 만들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 사회주의가 말하는 물질적 생활 조건을 바꾸는 것이란 혁명으로만 달성될 수 있는 부르주아적 생산 관계의 폐지가 아니라 이 생산 관계의 기반 위에서 실현되고 따라서 자본과 임금 노동 사이의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 고작해야 부르주아지의 지배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부르주아지의 국가 운영을 간소화하는 행정적 개선을 뜻한다.

부르주아 사회주의는 웅변가의 단순한 수식어가 덧붙을 때에만 더욱 그럴듯한 표현이 된다.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한 자유 무역!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한 보호 관세!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한 독방 감옥!

이러한 것이 부르주아 사회주의의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단 하나의 결론이다.

부르주아 사회주의란 한마디로, 부르주아는---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한---부르주아라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1. 역자의 주 -- 프루동은 1846년에 자신의 두 번째 저작이자 최초의 경제 이론서인 『빈곤의 철학』(Philosophie de la misere)를 썼다. 마르크스는 프루동에게서 『빈곤의 철학』을 받아본 뒤 곧, 이를 비꼬아서 『철학의 빈곤』(Misere de la philosophie, 1847)을 발표하여 프루동의 주장을 격렬히 비판한 바 있다. 『철학의 빈곤』에서 마르크스는 프루동이 "경제학의 범주를 물질적 생산력 발전의 특정한 단계에 조응한 생산 관계의 이론적 표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것을 마치 모든 현실보다 앞서 존재하는 외부적 이념인 양 변형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프루동은 계급 모순이 조화와 평등이라는 일종의 공상적 청사진에 의해 폐지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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