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차 총회 보고

좌파도서관
제목: 베트남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차 총회 보고
저자: 호치민
주제: 베트남 전쟁, 호치민, 민족해방론
발표시기: 1954년 7월 15일
출처: 추가바람.
개요: 항불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베트남 노동당(현재 베트남 공산당)에서 개최한 당 총회. 아래는 호찌민이 낭독한 총회 내용이다.


베트남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차 총회 보고

저자: 호치민 /번역: 추가바람.



새 과업

상황이 바뀌자 과업이나 지침, 전술까지 바뀌었습니다. 거의 9년 세월 동안, 우리 민족과 군은 당과 정부의 지도 아래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용감하게 싸워 자랑스럽게 승리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 병력은 발전했습니다. 당과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 힘입어 훌륭한 공적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정책과 슬로건도 바뀝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프랑스 제국주의 세력을 일소하는 데 온힘을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프랑스인들과의 대화가 가능해진 반면, 미제국주의자들이 우리의 주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공격의 초점을 후자에게 맞추어야 합니다.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프랑스와의 전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민족 모두가 미국에 대한 공격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국은 인도차이나 전쟁을 확신하여 국제화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우며 미국의 전쟁 정책에 반대합니다.

우리 당은 9년 동안 계속해서 당의 방침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즉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의 완전 독립을 지지하고, 프랑스 연합을 인정하지 않으며, 인도차이나에서 프랑스군을 모조리 몰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괴뢰정부와 괴뢰 무장세력을 제거하고, 제국주의자와 반역자의 재산을 몰수하여, 농업개혁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로 지대와 이자율을 삭감할 것입니다. 또한 전 민족이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저항전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고 말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부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실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서 낡은 방침에만 매달릴 순 없겠지요. ‘끝까지 저항하자’가 예전의 모토라면, 지금은 ‘평화, 단결, 독립, 민주주의’라는 새 모토를 내걸어야 합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이 인도차이나 전쟁에 개입하여 전쟁을 확산하려는 정책에 반대하여, 평화의 기치를 강력하게 내세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책도 바꾸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프랑스 제국주의 세력의 재산을 몰수했다면, 이제는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 따라 프랑스가 인도차이나에서 자국의 경제적, 문화적 이익을 보호하도록 관용을 베풀어야 합니다. 협상에는 양쪽의 분별있는 용인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프랑스 침략 세력을 일소해야만 한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우리 쪽에서 상호 협의하여 프랑스군 철수 날짜를 확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프랑스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과거에는 민족통일을 위해 괴뢰정부와 괴뢰군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관용을 실천하며 선거를 통해 국가의 통일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평화를 얻으려면 전쟁이 종식되어야 합니다. 전쟁을 종식시키려면 정전에 합의해야 합니다. 정전을 위해서라면 지역 재정비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적군이 어느 한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면, 우리 군 역시 다른 지역에서 재편성 작업을 진행하여 합니다. 병력의 조직, 확대, 강화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넓은 지역을 확보하여 타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역 재정비가 나라의 분할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이건 단지 통일에 필요한 한시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이때 지역의 경계를 정하고 통치 구역을 바꾸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기존 해방구 중 일부는 한시적으로나마 적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그곳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겠지요. 어떤 사람들은 낙담한 채 적군의 기만에 넘어가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동포들에게 잘 알려야 합니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견뎌야 할 시련은 영광을 낳고, 시련을 견뎌낸 자에겐 민족 전체의 찬사가 따를 거라고, 모든 사람들이 비관주의나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프랑스군의 전면 철수와 더불어 독립을 이룰 그날을 위해 열렬히 투쟁해달라고 호소합시다. 평화를 위해 지역을 재정비하고 민족통일을 위해 전국적인 선거를 치르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항전은 독립, 단결,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를 목표로 합니다. 새로운 상황을 맞아 새롭게 성공하려면, 새 정책이 필요합니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가르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솔선수범합시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항상 철저히 준비합시다.

평화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길고 복잡하며 거친 투쟁입니다.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유리한 조건이란, 우방국과 전 세계 인민이 우리를 지지한다는 것, 왕성한 혈기를 자랑하고 당과 정부를 신뢰하며 항상 단결 투쟁하는 인민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에게 닥친 난관이라면, 미국이 인도차이나에서 평화가 다시 꽃피지 못하도록 철저히 방어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평화주의자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어렵과 복잡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이제는 구해방구와 신해방구에 각기 다른 정책을 적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장악한 해방구와 재편성 작업 후 한시적으로 적군이 관할하는 지역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정책을 펴야 합니다. 이제는 농촌뿐 아니라 도시 정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대프랑스 정책 역시 과거와 달라야 합니다. 친미, 친불 반역자에 대한 정책 역시 예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문제와 우방국과의 외교에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을 구별해야 하고, 지역별 이해관계와 전체의 이해관계 역시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 난관이 겹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민과 간부들의 생각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요.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적절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념적인 오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먼저 좌파적 편향성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번의 승리에 도취되어 무조건 끝까지 싸우려 듭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죠. 그들은 프랑스군의 철수에만 목을 맨 나머지, 적의 책략을 감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와의 싸움에만 열중할 뿐, 미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또한 군사행동에 치우쳐 외교를 경시합니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전장에서뿐 아니라 국제회의에서도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새 슬로건에 대해, 그 내용이 우파적이며 주체성을 많이 잃고 양보한 것 같다면 반대합니다. 그리고 적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과다한 조건을 내걸기도 합니다. 평화를 위한 투쟁이 어렵고 복잡할 거러난 생각 대신, 결과만을 재촉합니다. 이러한 좌파적 편향성 때문에 자민족뿐 아니라 전 세계 민족들에게서 멀어지고 고립되어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우파적 편향성은 비관주의와 무기력, 원칙 없는 관용을 낳습니다. 더는 인민의 힘을 신뢰하지 않고 전투력을 상실하고 맙니다. 그들은 역경을 견뎌내기 위한 에너지를 상실한 채, 조용하고 평안한 인생만을 꿈꿉니다. 이와 같은 좌파적, 우파적 경향은 옳지 않습니다. 둘 다 적들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에게는 해를 끼칠 것입니다.

과업과 노동

이처럼 상황이 바뀌면서, 우리에게도 세 가지 의무가 생겼습니다.

  1. 평화를 보장하고 공고화하며, 나라 전체의 단결과 독립, 민주주의를 달성한다.
  2. 인민무력부대를 강화하고, 새로운 상황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강력한 인민군을 건설한다.
  3. ‘경작자에게 땅을’이라는 슬로건을 실천에 옮긴다. 생산 복구와 국가 재건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이 세 가지 의무를 이행하려면, 열 가지 과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1. 새로운 상황과 과업을 위해 당과 인민이 한마음으로 뭉친다.
  2. 외교전에 필요한 지도력을 강화한다.
  3. 인민군을 보강한다.
  4. 신해방구를 장악한다. 특히 도시를 장악하고 관리하는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5. 적의 재편성 이후 한시적이나마 그들이 장악한 지역에서의 활동에 새 지침을 제시한다.
  6. 구 해방구를 통합 정리한다.
  7. 열성을 다해 토지개혁에 필요한 대중동원에 나선다.
  8. 경제와 재무 관련 업무를 개선하고 국가 재건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한다.
  9. 파테트 라오와 크메르군을 후원한다.
  10. 신해방구 내 당을 재정비하고 이념 개조 작업을 실시한다.

이상 열 가지 과업은 중앙위원회가 지도합니다. 모든 지역과 지부가 열 가지를 모두 완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각 지역에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할당할 예정입니다. 이중에서도 이념적 리더십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원뿐만 아니라 비당원도 새로운 상황과 과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생각을 모을 수 있고, 생각이 모여야 행동이 하나가 됩니다. 당 안팎, 각 단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통일할 때,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일이라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은 현재 전 세계 인민의 주적이며 인도차이나 인민을 직접 위협하는 세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을 반대하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심지어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나 개인은 연합전선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평화와 독립과 단결, 민주주의는 변하지 않는 목표입니다. 원칙은 확고히 지키되, 전술은 유연해야 합니다. 각 활동이 전체를 구성하니, 모든 활동은 서로 연결되어야 하며 조화로워야 합니다. 각 지역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주어진 시간에 과업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당과 정부의 올바른 지도력, 간부와 인민 모두의 노력과 단결, 전 세계 우방국과 평화를 사랑하는 인민들의 지지와 격려가 있으니, 우리는 위의 세 가지 의무와 열 가지 과업을 반드시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