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둘째 날에 우리 친구 웨스턴 씨는 자신의 이전 주장을 새로운 형식으로 포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화폐 임금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같은 임금을 지불하는 데 더 많은 통화가 필요해질 것이다. 통화량은 고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 고정된 통화량으로 늘어난 화폐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가? 이전에는 노동자의 화폐 임금이 올랐는데도 그에게 돌아가는 상품의 양이 고정되어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잇었으나, 이제는 상품의 양이 고정되어 있는데도 화폐 임금은 올랐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물론 여러분이 애초에 그가 주장했던 독단을 거부한다면 그의 두 번째 불만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통화에 관한 문제는 우리의 주제와 전혀 관계없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다.
여러분의 나라에서는 지불 기구가 유럽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훨씬 완벽하다. 은행 제도가 대규모이고 집중되어 있는 탓으로, 같은 액수의 가치를 유통시키기 위해, 그리고 같거나 더 많은 양을 거래하기 위해 필요한 통화량이 훨씬 적어도 된다. 예컨대 임금에 관한 한 영국의 공장 직공은 자신의 임금을 매주 상점 주인에게 지불하고, 상점 주인은 그것을 매주 은행업자에게 보내며, 은행업자는 또 그것을 매주 공장주에게 돌려주고, 이 공장주는 또다시 그것을 자신의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식이다. 이와 같은 장치에 의해 한 직공의 연간 임금, 이를테면 52파운드는 단 한개의 소브린화(貨)가 매주 순환을 되풀이함으로써 지불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불 기구는 잉글랜드에서조차도 스코틀랜드에서보다는 완벽하지 못하며 어디서나 같은 정도로 완벽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를 들어 일부 농업 지역에서는 공장 지역에 비해 훨씬 적은 액수의 가치를 유통시키는 데에도 훨씬 많은 통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영국 해협을 건넌다면, 여러분은, 독일·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에서는 영국보다 화폐 임금이 훨씬 적지만 그 화폐 임금을 유통시키는 데 훨씬 많은 액수의 통화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는 같은 소브린화가 그토록 신속하게 인행업자에게 흡수되거나 산업 자본가에게 되돌아가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연간 52파운드를 유통시키는 데 1소브린화가 필요한 대신에 연간 25파운드의 임금을 유통시키는 데 아마도 3소브린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대륙의 나라들과 영국을 비교해 보면 여러분은 낮은 화폐 임금이 높은 화폐 임금보다 훨씬 많은 통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우리의 주제와는 매우 낯선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라는 점을 곧바로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계산에 의하면, 이 나라 노동자 계급의 연간 소득은 2억 5000만 파운드로 평가된다. 이 막대한 금액이 약 300만 파운드로 유통된다. 임금이 50% 오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300만 파운드가 아니라 450만 파운드의 통화량이 필요할 것이다. 노동자의 일상 경비는 대부분 은화와 동화(銅貨)로, 다시 말해 불환 지폐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금화에 대한 상대적 가치가 법률로 고정되어 있는 명목 화폐로 지출될 것이므로 화폐 임금의 50% 인상은 극단적인 경우, 예컨대 100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소브린화가 더 유통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잉글랜드 은행이나 시중 은행의 지하 금고에 금덩이나 주화의 형태로 잠자고 있는 100만 파운드가 유통될 것이다. 그러나 이 100만 파운드의 추가 주조 또는 추가 마모로 생기는 사소한 지출조차도 절약될 수 있을 것이며, 추가 통화량이 결핍되어 조금이라도 마찰이 일어난다면 실제로 절약될 것이다. 여러분은 모두 영국의 통화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종류는 각종 은행권으로 공급되는 것으로서 상인들 사이의 거래나 소비자가 상인에게 한층 거액을 지불할 때 사용되며, 다른 종류의 통화는 금속 주화로서 소매 거래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 두 종류의 통화는 서로 구분되지만 함께 얽혀서 사용된다. 그래서 금화는 큰 금액을 지불할 때 5파운드 이하의 모든 우수리를 처리하는 데서도 매우 널리 유통되고 있다. 만일 내일이라도 4파운드나 3파운드, 2파운드 은행권이 발행된다면 이 유통로를 채우고 있는 금화는 곧 여기서 빠져 나와 화폐 임금의 상승 때문에 그것을 요구하는 통로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이와 같이 50%의 임금 인상으로 추가로 요구되는 100만 파운드는 소브린화를 하나도 추가하지 않아도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랭커셔에서 꽤 오랫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은행권을 한장도 추가하지 않고 환어음 유통을 늘림으로써 이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웨스턴 씨가 농업 임금에서 실제로 일어난다고 가정한 바 있듯이 예컨대 100%의 전반적인 임금률 상승으로 생활 필수품 가격이 폭등한다면, 또 그의 견해대로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추가 통화량을 요구한다면 전반적인 임금 하락도 반대 방향에서 같은 규모로 같은 결과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좋다! 여러분은 모두 1858년에서 1860년까지는 면방직 공업이 가장 번창한 시기였다는 사실, 그리고 특히 1860년은 이 점에서 상업의 역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이와 동시에 그 밖의 모든 산업 부문도 가장 번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면방직 공업 직공과 이 비문과 연관된 그 밖의 모든 노동자의 임금은 1860년에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런데 미국의 위기가 닥쳐오면서 임금 총액은 갑자기 이전의 약 1/4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것은 반대 방향에서 보면 400 % 오른 셈이다. 만약 임금이 5에서 20으로 오르면 300% 올랐다고 할 수 있으며, 20에서 5로 떨어진다면 75%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상승액과 뒤의 하락액은 15실링으로 변함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임금률이 전례 없이 크게 변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면방직 공업에 직접 종사하는 직공뿐만 아니라 여기에 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모든 직공들을 합한다면, 이것은 공업 노동자 수의 1배 반이나 되는 직공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밀의 가격은 떨어졌는가? 그것은 오히려 1858년에서 1860년까지의 3년간 쿼터당 연 평균 47실링 8페니였던 것이 1861년에서 1863년까지의 3년간에는 쿼터당 연 평균 55실링 10페니로 올랐다. 통화량을 보면 1860년에는 337만 8102파운드, 1861년에는 867만 3232파운드가 조폐국에서 주조되었다. 다시 말해 1860년에 비해 1861년에는 529만 5130파운드가 더 많이 주조되었다. 사실 유통된 은행권은 1860년에 비해 1861년에는 131만 9000파운드가 적었다. 이 액수를 빼보자. 그래도 여전히 번영의 해인 1860년에 비해 1861년의 통화량 증가분은 397만 6130파운드, 즉 약 400만 파운드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은행의 금 보유량도 이와 동시에 똑같은 비율은 아니지만 이에 가까운 비율로 줄어들었다.
1862년을 1842년과 비교해 보자. 유통된 상품의 가치와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접어두고라도 1862년,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철도의 주식이나 채권 등을 정규적으로 거래하는 데서 지불된 자본만 해도 3억 2000만 파운드에 이르렀는데, 이 금액은 1842년만 하더라도 믿기지 않는 액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1862년과 1842년의 총통화량은 거의 같았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여러분은 삼품 가치뿐 아니라 화폐 거래 가치가 엄청나게 커진다 해도 통화량은 차츰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친구 웨스턴 씨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만약 그가 이 문제를 조금만 깊이 생각했더라도 그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즉 임금은 접어두고라도, 또는 임금이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유통되는 상품의 가치와 양 및 일반적으로 결제되는 화폐 거래액은 날마다 변동한다는 점, 발행된 은행권의 액수도 날마다 변동한다는 점, 화폐를 전혀 매개로 하지 않고 환어음·수표·장부상의 대변·어음 교환소 등의 수단을 통해 실현되는 지불액도 날마다 변동한다는 점, 실제로 금속 통화가 필요한 경우에도 유통되는 주화와 저장되어 있거나 은행 지하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주화와 금덩이 간의 비율도 날마다 변동한다는 점, 국내 유통을 통해 흡수되는 금의 양과 국제 유통을 위해 홰외로 반출되는 양도 날마다 변동한다는 점 등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는 통화량 불변이라는 자신의 독단이 일상의 움직임과 마지 않는 엄청난 오류라는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는 통화 법칙에 대한 자신의 그릇된 이해를 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논거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렇듯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 통화가 적응하도록 하는 법칙들을 논구해야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