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좌파도서관

존재(한자: 存在, 독일어: Sein)는 대상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물에 내재해 있는 가장 추상적인 보편성이자 무규정적인 규정성 일반이다. (有)라고도 한다.

개요

“순수존재는 순수사유이며, 또한 무규정적이고 단순하며 직접적인 것이기에, 시초적인 것(Anfang)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시초는 매개되지 않은 것(nichts Vermitteltes)이며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G. W. F. Hegel, Saemtliche Werke, Bd. 8, Frommann Verlag, Stuttgart, 1964, § 86.
“존재란 무규정적 직접성(das unbestimmte Unmittelbare)이다. [...] 존재란 그 자체 있는 그대로의 무반성적인 것이다.”
G. W. F. Hegel, Gesammelte Werke, Bd. 3, Ausg, 1841, S. 72.
“존재는 오직 순수한 무규정성이며 공허함일 따름이다. 여기서 만약 직관에 대해서 언급된다 할지라도 결코 이 존재 속에서는 직관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하겠으니, 다시 말해서 존재는 오직 이와같이 순수하고도 공허한 직관 그 자체일 뿐이다.”
G. W. F. 헤겔, 임석진 역 (1983), 《대논리학》, 제1권, 지학사, p. 75.

존재란 사물의 가장 추상적인 보편성이며, 무규정적인 것이다. 사유자는 사물을 고찰할 때 가장 먼저 그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파악한다. 이러한 ‘존재하고 있음’은 서로 다른 모든 사물에 대해서 공통적인 것인 동시에 그 자체에서는 하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유자는 또한 모든 상이한 것들 사이에서 추려지는 ‘존재’라는 것에 대해 다룰 때마저도 그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이렇듯 존재란 모든 상이한 것, 그리고 그 상이한 것에 공통적으로 따라붙는 모든 ‘존재’ 자체에도 역시 공통적인 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존재는 “자기 내부에 있어서나 또는 외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상이성을 지니지 않는 셈”(위와 같은 문헌.)이다.

존재는 무규정적인 것이면서도 질적인 무언가로서 규정적인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존재는 오로지 어떠한 규정적인 무언가와 대립해서만 비로소 공통적인 무언가로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 일반에게는 어디까지나 규정적, 피규정적인 존재 그 자체가 대립될 수밖에 없거니와, 이럼으로써 어느덧 존재의 무규정성 자체가 곧 존재의 질을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 최초의 단초적인 존재도 이미 그 자체에 있어서 규정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지게 되었으니, 이럼으로써 두 번째로 이 단초적인 존재는 곧 현존재(Dasein)이거나 아니면 현존재로 이행하는 것이 된다.”
《대논리학》, 제1권, p. 74.

존재란 “순수하고도 공허한 직관 그 자체일 뿐”이며, 따라서 존재는 비존재, 즉 무(無)이기도 하다. 모든 상이한 것들에 대해 요지부동한 공통적인 것으로 부착돼 있으면서 그 자체로는 구체적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 이것은 한편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순수존재는 순수한 추상이며, 따라서 절대적인 부정적인 것, 즉 직접적으로 보면 무와 동일한 것”(SW8, § 87.)이다.

헤겔 철학의 관념론적 세계관에서 존재는 단지 ‘공허한 직관’, ‘순수한 사유’로 취급되지만, 철학적 유물론에서 존재는 모든 개별 물질 양식이 지니고 있는, 객관적인 보편적-무규정적 규정성이다. 존재란 모든 객관적 사물의 표층 범주로서 가장 단순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다루어지지만, 단순히 직관의 산물이 아니라 객관적인 것의 지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철학적 유물론의 인식론에서 존재 규정은 인식의 가장 낮은 차원에서 머무는 추상적인 범주로 설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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