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가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 부모님께 쓴 편지
부모님께.
사랑하는 두 분
다시 한번 나의 로시난테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낍니다. 칼과 방패를 챙겨 들고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부모님께 작별의 편지를 썼던 것이 어느덧 십 년이 지났군요. 혹시 기억하고 계시다면 제가 훌륭한 군인이자 좋은 의사가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그러나 이제 훌륭한 의사는 더는 저의 희망 사항이 아닙니다. 저는 썩 형편없는 군인은 아니기 때문이죠.
본질적으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의 마르크스주의가 더욱 깊어졌고 정제되었다는 점을 저보다 더욱 자각하고 있다는 점만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저는 해방되고자 하는 민중들의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무장투쟁 밖에 없다고 믿으며 이 신념을 일관되게 따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무모한 모험가로 여기고 있다는 걸 압니다. 물론 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모험가지요. 바로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내던질 수 있는 그런 모험가 말입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길 기대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는 두 분에게 마지막으로 포옹을 보내는 셈이지요.
생각해 보면 두 분을 너무너무 사랑하면서도 저는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질 못했습니다. 저는 제 행동에 지나치게 완강했고 더러는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사실 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만은 절 믿어주십시오.
이제 예술가의 희열로서 연마한 제 의지가 무뎌진 다리와 지친 폐를 지탱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지막까지 나아가겠습니다.
가끔은 이 20세기의 난폭한 모험가인 이 못난 아들을 기억해 주시겠지요. 셀리아와 로베르토, 후안 마르틴과 파토틴, 그리고 베이트리스 이모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모두를 사랑합니다.
방자하고 고집 센 아들, 에르네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