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혁명을 옹호하며/들어가는 말

좌파도서관
10월 혁명을 옹호하며
들어가는 말

사회주의자 국제총회가 개최되어 참석했을 때 코펜하겐과 나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채 나는 이 도시를 떠났었다. 그러나 그때 이후 2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오레순트와 피요르드의 물결은 다시 또 다시 바뀌었다. 그리고 바뀐 것은 물결만이 아니었다. 전쟁이 유서 깊은 유럽 대륙의 등뼈를 분질러 놓았다. 이 대륙의 강과 바다는 피로 물들었다. 인류 특히 유럽의 인류는 격심한 시련을 겪었으며 더욱 우울하고 야만적이 되었다. 모든 종류의 갈등은 더욱 가혹해졌다. 세계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로 들어섰다. 이것의 극단적인 표현이 바로 전쟁과 혁명이다.


오늘 강연의 주제인 혁명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이 모임을 주선한 사회민주주의 학생 조직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나는 사회민주주의의 정치적 반대자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강연은 역사과학에 관한 것이며 정치와는 무관하다. 이것을 강연에 앞서 먼저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정치적 입장을 말하지 않고 소비에트 공화국을 수립한 혁명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러시아 혁명에 참여했을 때 표방했던 정치노선을 나는 오늘 강연에서도 그대로 고수한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러시아의 볼세비키당은 사회민주주의 인터내셔널(제 2 인터내셔널)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1914년 8월 4일 독일사회민주당은 의회에서 전쟁 공채 발행에 찬성하여 독일 제국주의 부르주아 계급의 전쟁을 지지하고 유럽 노동계급을 전쟁터로 밀어 넣었다. 이때부터 볼세비키주의는 사회민주주의와 영원히 절연하고 후자에 대한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을 중단 없이 전개해왔다. 그렇다면 나를 이 모임의 강연자로 초청한 사회민주주의 학생조직은 실수를 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의 강연이 끝난 후 청중 여러분이 내릴 것이다. 예를 갖추어 주최측은 나에게 러시아 혁명에 대한 강연을 요청했다. 나는 이에 호응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 우선 나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35년에 걸친 나의 정치활동에서 러시아혁명의 문제는 나의 사상과 행동의 실천적 이론적 주축이 되어왔다. 터어키의 프린키포섬에서 4년간 머물면서 나는 주로 러시아혁명이 제기한 문제들을 역사적으로 자세하게 해명하는데 주력했다. 아마 이 사실 때문에 나는 이렇게 희망한 권리가 있을 것이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나는 동지와 동조자들 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자들에게도 이들이 관심을 갖지 못한 러시아 혁명의 많은 측면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 강연의 목적은 이해를 돕는 것이다. 나는 혁명 선전을 시도할 생각이 없다. 여러분들에게 혁명활동에 참여하라고 촉구할 의사 역시 없다. 나는 다만 러시아 혁명을 설명할 뿐이다.


우선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지만 러시아 혁명과 같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사회과학적 원리들을 먼저 환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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