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레닌주의

좌파도서관

마르크스-레닌주의(러시아어: Марксизм-ленинизм, 영어: Marxism-Leninism)는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창시하였고, 레닌스탈린이 더욱 발전시킨 철학적·경제학적·정치학적 이론의 통일적 체계로 "노동운동의 이론과 강령으로서의 현대 유물론 및 현대의 과학적 사회주의"(Lenin 21, 38)를 총체·정연화한 세계관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당의 실천적 활동을 위한 이론적 기초이며 계급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 및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행동의 지침을 제공한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회주의 사회의 창조자로서 프롤레타리아의 세계사적인 역할을 해명"(Lenin 18, 576)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프롤레타리아의 이러한 세계사적 역할을 제각기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구성 요소들과 통일 속에서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정초하고 있다.

개요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를 통해 기존의 청년 헤겔 학파를 비판하고, 사적 유물론을 수립하였다. 엥겔스는 ≪자연변증법≫을 통해 물질의 철학적 개념에 대한 변증법적 해명을 이루었다.

마르크스주의 유물론은 19세기-20세기 초 러시아에서 나로드니키와의 투쟁 과정에서 진일보하였다. 플레하노프는 당시 주관주의 사회학파라 불렸던 신칸트주의 아류 및 다양한 나로드니키 사조에 대항하며, 유물 변증법의 기본 체계를 다듬었다.

플레하노프는 「방법론으로서 유물 변증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포이어바흐는 헤겔 철학의 사변적 요소에 대한 공격에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 변증법적 측면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또한 그것을 이용하지 못했다.[1] [...] 맑스는 자신의 소론을 통해 헤겔의 '이념'에 대한, 그리고 사유와 존재에 관계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 포이어바흐와의 완전한 일치를 내포하고 있다. 확실히 사유가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사유를 규정한다는 포이어바하 철학의 근본원리를 정당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에 의해서만 헤겔의 변증법은 '바로 세워질' 수 있다."[2]
G. V. 플레하노프, ≪마르크스주의의 근본문제≫(1908)

플레하노프는 이로써 현대 유물론자는 필연적으로 변증법을 그 세계관의 구성물로 취할 수밖에 없음을 말하며, 포이어바흐 유물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마르크스가 비로소 유물 변증법을 창시했다는 기본적 사실을 확인한다.

레닌은 ≪마르크스주의의 세 가지 원천과 세 가지 구성요소≫(1913)에서 레닌은 마르크스주의를 독일의 철학, 영국의 정치경제학, 프랑스의 사회주의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총체적 세계관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세계사적 지위가 공고하다는 것을 밝혔다.[3] 그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 변증법 성과를 ≪카를 마르크스≫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의 세계사적 '획기적' 의의는 바로 그가 헤겔의 관념론과 결정적으로 손을 끊고 유물론을 선포한 데 있다고 보고 있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이 유물론적 철학과 완전히 일치하게 또 그것을 해설하였다. [...]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헤겔에 의거하여 정식화한 이 사상[유물 변증법; 인용자]은 진화 사상보다 훨씬 더 전면적이고 훨씬 더 내용이 풍부하다. 이미 경과한 단계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전과는 다르게 일층 더 높은 토대 위에서 그것을 반복하는 그러한 발전('부정의 부정'), 직선적으로가 아니라 이를테면, 나선적으로 진행하는 발전, '점차성의 중단', 양의 질로의 전화, 매개 현상의 모든 측면의 상호 의존성과 가장 긴밀하고 불가분적인 연관성, 통일적이고 합법칙적인 체계적 운동 과정을 제시하는 연관, 이러한 것이 발전에 관한 훨씬 더 내용이 풍부한 학설로서의 변증법의 몇 가지 특성이다."[4]
V. I. 레닌, ≪카를 마르크스≫(1914)

스탈린은 1924년 스웨르들로브 대학의 강연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의 성과를 종합하여, 레닌주의를 "제국주의 시대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시대의 마르크스주의"이라고 정의하였다. 스탈린의 강연은 ≪레닌주의의 기초에 관하여≫라는 문서로 간행되었다. 이 문헌에서 스탈린은 자유 경쟁 자본주의 시대의 보편적인 프롤레타리아 혁명 사상인 마르크스주의와 제국주의 시대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시대의 마르크스주의인 레닌주의를 정연화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 세계관을 정식화하였다.

≪레닌주의의 기초에 관하여≫에서 스탈린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어떤 자들은 레닌주의란 마르크스주의를 러시아의 특수한 제 조건에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정의에는 한 가닥의 진리가 있지만 그것이 진리의 전부는 결코 아니다. 레닌은 사실상 마르크스주의를 러시아의 현실에 적용하였으며 적용해도 아주 솜씨 있게 적용하였다. 그러나 만일 레닌주의가 한갓 마르크스주의를 러시아의 특수한 사정에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순전히 일국적인, 오로지 일국적인 현상일 것이며 순전히 러시아적인, 오로지 러시아적인 현상일 것이다. [...] 레닌주의는 국제적 발전 전반에 뿌리를 박고 있는 국제적 현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5]
I. V. 스탈린, ≪레닌주의의 기초에 관하여≫(1924)

일국적 차원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적용이 레닌주의의 일면적인 성격에 불과하다. 레닌주의는 국제적인 자본주의 및 혁명 운동 발전 전반에 뿌리를 박고 있는 국제적 현상이다. 이로써, 레닌주의는 러시아의 일국적 적용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에서 보편적인 성격을 갖는 과학적 이데올로기이다.

레닌주의에 대한 스탈린의 정의와 그가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를 체계적으로 종합화했다는 사실을 연역하면,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이데올로기로서, 그리고 세계사적 산물로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시대적 규정을 받는 혁명 운동에서 진리를 밝혀주는 보편적인 사상이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증법적 유물론

📃 이 문단의 본문은 변증법적 유물론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유물 변증법을 제시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수준 높고 철저하며 포괄적인 형태의 철학적 유물론을 만들어냈다. 레닌과 스탈린은 유물 변증법을 제국주의 시대의 보편적 과학으로 정초·발전하였다. 철학적 유물론은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철학이면서 동시에 마르크스주의 전반의 보편 이론적, 방법론적 근거이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유물론은 자연과 사회 및 이론과 실천을 포괄한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은 철학적 과학이기 때문에 자연, 사회, 사유의 보편적인 운동 법칙을 그 대상으로 한다.

물질과 그 존재 형태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물질은 과학적인 개념인 동시에 철학적 개념이기도 하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물질을 객관적 연관 운동에서 발전 연관 운동까지 고찰한다. 물질은 가장 단순한 모순 운동의 존재 형태로도 되며, 그보다 복잡한 모순 운동의 존재 형태로도 된다. 물질은 객관적 실재를 이룬다.

물질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져 있는 객관적인 실재(Realitat)가 인간의 의식과는 독립적으로, 의식의 외부에 존재한다고 하는 유물론은 언제나 실천적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레닌은 이에 대해 "만일 객관적 실재가 주어져 있다면, 우리는 이 객관적 실재에 대하여 하나의 철학적 개념을 사용한다. 이 개념은 매우 오래 전에 만들어진 물질(Materie)이라는 개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6]

마르크스 이전 유물론의 물질 개념은 변증법에서 고찰하는 물질 개념과 다르다. 고대 인도와 중국 그리고 그리스의 유물론자들은 항상 상대적으로, 사회와 그 시대를 나타내는 표상의 원시적 존재 조건에 근거해서, '원질'(原質, Urmaterie)과 '원소'(Urstoff)가 실재세계의 다양한 대상과 과정의 기초라는 사실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그들 중 일부는 그것을 물, 공기, 불 등이라고 규정하였지만, 아낙시만드로스에 들어서는 이미 양과 질에 관하여 무규정적이고 무한한 원소인 무한자(無限者, Apeiron)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개념은 비록 사물의 현상과 특수성을 도외시하는 속에서 나온 개념이지만, 철학적 물질 개념에 관한 최초의 발단, 즉 단초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7]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을 활기 없고 수동적인 기체(Substrat)로서 이해하고, 그렇기에 물질을 오직 잠재적인 가능성일 뿐이며 이념적 형태와('eidos' 또는 훗날 라틴어로 'forma'라고 불리는 '형상')결합함으로써 비로소 현실로 되는, 본성이 없는 실체로서 이해하였다.[7]

18세기 유물론은 고대 원자론을 부활시켰다. 18세기 유물론은 철학적 물질 개념을 완성하는 데에 있어서 진일보한 사상을 내놓았다. 프랜시스 베이컨, 토머스 홉스 등은 무엇보다도 연장, 형상, 질량, 이동, 불가입성과 같은 성질에 주목하면서, 모든 자연물의 근원적이고 불변적인 성질을 물질로 이해하였다.[8]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물질 개념을 물질의 모든 영역과 물질의 발전형태를 포괄하는 방법으로 규정하였다. 그들은 질적으로 구별되는 모든 형식으로, 그리고 의식의 외부에 의식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다양한 실제적 외부세계를 물질로 이해하였다.

물질은 일차적인 것이며, 의식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의식은 물질에 의해 파생된 이차적인 것이다. 이 양자의 최종적인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개념에 다른 정의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범주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모든 범주 각각 모순적 대립을 이루는 쌍으로서 통일물이다. 실재는 다양한 범주 측면과 관계들이 때마다 불가분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기에, 몇몇 범주도 서로 결합해 있지 않으면 안 되며, 서로 일정하게 의존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범주들의 모든 질서, 그 내용과 형식은 객관적인 것에 연원하며, 주관에 반영된 개념, 판단, 추론으로서 범주 역시 물질의 반영에 기반한다. 상대적 진리 및 절대적 진리란 인간 인식을 통해 객관적 실재의 이 범주 간 보편적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범주 규정의 원칙은 하나의 대립쌍으로 이루어진 두 항이 서로 모순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의적으로 '간주'되는 '상대적 쌍'은 범주 규정을 이루지 못 한다.

객관적 연관 운동 및 발전 연관 운동의 모든 측면에 존재하는 범주는 나열된 범주보다 훨씬 많을 것이며, 기술된 범주는 대표적 범주를 추린 것이다.

개별자·특수자·보편자

물질세계 내부에는 무한히 많은 현상과 과정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서로 구별되는데, 이러한 구별은 서로 상이한 규정을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이러한 상이한 규정은 실재적이며, 동시에 객관적이라는 점에서 개별자(Einzelnes)라는 범주가 성립된다.[9]

각각의 개별자는 다른 개별자와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써 객관들의 하나의 특정한 부류에 속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온화된 원소가 열을 내며 운동하는 현상 역시 수많은 개별적인 현상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나, 우리는 이것을 연소 과정이라는 하나의 보편적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관 속에서 파악되기 전에 이미 객관적 운동의 한 범주로 되어 있다.

개별자와 보편자의 차이는 상대적이다. 보편적인 것 역시 개별적인 것이 될 수 있으며, 개별적인 것 역시 보편적인 것으로 될 수 있다. 이는 보편과 개별의 분류에서 역시 쉽게 확인되는 것이다.

특수자는 보편자와 개별자 사이를 잇는 매개자이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혁명은 사회적 혁명이라는 보편자에 대해서는 특수자이며, 동시에 1917년 1월 혁명에 대해서는 보편자이다.

형이상학에서 보편자와 개별자에 대한 취급은 연관을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보편자가 개별적인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또한 개별자가 보편적인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부정하며, 형식적 개념들 사이에 불변적인 상위와 하위의 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자연현상 광찰에서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은 항상 그 구분이 상대적일 뿐이라는 것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령, '오렌지 나무'는 '오렌지 나는 열매'라는 매개라는 특수자 하에서 개별자를 가질 경우, '오렌지'나 '잎사귀'를 포함할 수 있는데, '오렌지'와 '잎사귀'는 같은 매개 방식으로 다시 '오렌지 나무'를 포함할 수 있다.

형이상학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든 개념자에 속하는 '관여'라는 매개자를 두었으나, '관여' 역시 매개되어야 했으며, '관여'를 매개하는 '관여의 관여'를 새로 추상하여, 무한퇴행에 빠지게 되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보편자와 개별자는 서로가 서로를 제약하며, 동시에 하나의 개념자가 다른 개념자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는 두 대립항의 통일물 또는 체계를 형성한 통일물의 군(群)인 모순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모순은 개별자를 통해 그것의 보편성을 실현한다. 마오쩌둥은 《모순에 대하여》에서 이를 모순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 하였고, 그 관계를 옳게 밝힌 바 있다.

원인과 결과

필연성과 우연성

가능성과 현실성

내용과 형식

본질과 현상

현상과 본질은 대상, 사물, 객관적 현실 과정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의 복잡한 통일을 표현한다. 인식의 범주로서의 본질과 현상은, 실천에 기초하여 사물의 심오한 본질을 밝히는 인식 과정의 감성적 계기와 이성적 계기의 변증법적 통일을 반영한다.[10]

현상과 본질에 관한 문제는 유물론적 세계관과 관념론적 세계관 모두 중요한 주제로 되었다.

마르크스 이전의 유물론에서 현상과 본질은 옳게 이해되지 못 하였다. 예를 들어, 유물론적 감각주의에서 본질은 현상이 곧 본질이며, 본질과 현상을 단지 상대적인 차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간주하였다. 유물론적 합리주의는 현상과 본질이 갖는 상이한 규정을 옳게 파악했으나, 본질을 파악함에서 감성적 인식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본질 파악을 관조라는 행위에 종속하였다.[10]

형이상학에서 본질은 현상의 이면에서 부동의 지위를 확보하고 현상을 영원한 어둠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현상은 열등한 것이고, 고려 가치가 없으며, 사유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만 고찰된다.

헤겔의 저서 《논리의 학》에 대해, 레닌은 그의 관념론적 전제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현상과 본질에 대한 헤겔 학설이 지니는 일련의 긍정적인 점을 지적하였다. 헤겔은 칸트가 본질을 인식될 수 없는 사물 자체로 규정한 후, 그것을 현상과 분리했다는 점을 옳게 지적하였다. 헤겔은 칸트를 포함한 당대 형이상학에 대항하여 현상과 본질에 대한 변증법적 관계를 정초하였다. 그는 현상을 본질에 침투하는 영원한 과정이며, 그러한 과정 내에서 본질은 현상과 상호 연관하여 역시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 그리하여 본질은 현상의 근거 관계이며, 현상에 대한 실재적 근거[11]와 형식적 근거[12]의 통일이 본질임을 정확하게 파악하였다.[13]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현상과 본질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규정을 조건으로 갖고 있는, 통일된 것으로 이해된다. 본질은 오로지 현상을 통해 그 자기동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되며, 현상은 본질의 자기동일성 확보 과정상의 일면적인 규정을 의미한다. 본질은 현상의 양상 간 관계이며, 추상적으로 규정내릴 수 없는 것이다.

본질과 현상의 상호 연관은 일(一)과 다(多)의 통일이며 그것은 단일한 것의 다양한 발현을 표현한다.[14] 본질과 형식 관계는 그 내용이 아닌, 형식의 측면에서 보편과 개별의 범주를 드러낸다. 가령, 음향, 빛, 온도 등은 각이하며 개별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에서 그 매개 현상의 본질은 일반적인 것이다. 그것은 각각 탄성 매질의 운동, 전자기파, 분자의 운동 등이다.

본질은 객관세계의 내적인, 은폐된, 깊은 과정의 표현이다. 분자, 원자, 전자의 운동이 그러하며, 인력, 자기, 전기의 본성이 그러하다. 우리는 비록 분자의 직접적인 충돌을 식별할 수 없으며 인력, 자기, 전기의 본질을 직접 파악할 수 없고, 그것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리고 만약 이 본질이 자체의 외적 측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본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중에 던진 물체는 반드시 땅에 떨어진다는 것, 어떠한 물체를 만져봄으로써 그 대상이 가열되어 있다는 것 등을 느낀다.[15]

즉 우리가 직접 부딪히는 것은 우선 본질의 표현, 사물의 외적 측면이며, 본질 그 자체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직접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외적 표현과 내적 본질 간의 모순에 대한 실례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관계에서 무수히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은 외관상 ‘노동의 가격’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그것은 노동력의 가치이다. 외적 표현은 여기에 있어서도 내적인 것과 일치하지 않으며 그것과 모순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현상의 연결 고리를 분석함으로써 산업 자본의 이윤이 잉여가치를 전유한 결과가 총 선대 자본의 산물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전면적으로 해명하였다. 잉여가치의 기원이 왜곡된 형태를 취하는 것은, 실제에서 자본이 서로 떨어진 부분 즉 불변 자본과 가변 자본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일체로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본질과 현상의 모순된 통일을 연구함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은, 각이한 본성을 가진 본질은 외적 현상에서도 각이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다. 만약 자본주의의 본질과 사회주의의 본질이 표현되는 특성을 고찰해 보면 우리는 양자 간에 천양지차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본질과 현상에 관한 인식 과정에서 인간은 우선, 외적 측면 즉 현상과, 내적 측면 즉 본질 간의 불일치에 부딪히게 된다. 현상은 감성적 인식 과정에서 지각적 작용을 통해 각이한 보편적 대상으로 전화한다. 이 각이한 보편적 대상은 추상적 사유 과정의 내용(오성적 인식으로의 전화)이 되며, 추상적 사유 과정의 내용은 오성적 인식에서 자기 모순에 도달하고 이성적 인식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한 인식 과정인데, 매개 이론과 실천이 통일되어 있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본질과 현상 간의 모순을 밝히는 것은 인식의 시작점에서는 구체에서 추상으로, 그리고 인식 과정으로서 추상에서 구체로 나아가는 상승 과정이다. 레닌은 이에 대해 "인간의 사유는 현상으로부터 본질로, 말자하면 제1열의 본질로부터 제2열의 본질로 또 그 다음으로 끝없이, 무한히 심화되어 간다"고 하였다.[16]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마르크스에게서 이 문제는 탐구대상 및 사유 속에서 반영된 그 대상의 모상에 대한 내적인 구분의 문제로 취급된다.[17] 추상(abstrakt)은 대상에 관해 운동이 마멸된, 정지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모든 인식을 말하며, 구체(konkret)는 대상을 그것의 실제적 운동에 근사하는 운동하는 개념으로 파악될 때를 의미한다.

인식은 대상에 관한 추상을 구성할 수 있는데, 이러한 추상의 구성은 인간 의식이 독립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산물이 아니라, 객관에 의해 반영되어 의식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인간 의식의 인식 과정상 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추상은 대상으로부터 보편적인 대상을 추려내는 것으로, 오성적 인식 단계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의 추상이 구성된다. 점(点), 선(線), 면(面) 등은 물질의 구체적인 운동 양상이 추상된 결과 성립한 개념이다. 이 수학적 개념은 물질의 운동 양상 속에서, 그것에 상응하는 객관적 규정이 존재하기에 인간의 인식 과정 속에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이 감각적으로 경험한 대상이 실제로 정교한 선이나 면이라는 대상의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선과 면이 그대로 의식의 내용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은 아니다.[18] 예를 들어, 수학 교재에서 보는 선과 면은 엄밀히 말하자면 입체적이다. 그것은 그것이 표지된 종이라는 두께를 항상 반영하며, 동시에 그것은 가까이에서 보면 원이나 원통형에 수렴하는 모습으로 감각된다.

마르크스는 대상에 대한 추상이 대상에 대한 개념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경제학에서 법칙성으로 대표되는 추상적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국민 경제학은 사적 소유가 현실 속에서 경과하는 물질적 과정을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공식들로 표현하는데, 그리고 나면 그 공식들은 국민 경제학에게 법칙들로 간주된다. 국민 경제학은 이들 법칙들을 개념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즉 국민 경제학은 법칙들이 어떻게 사적 소유의 본질로부터 유래하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국민 경제학은 우리들에게 노동과 자본, 자본과 토지 사이의 분리의 근거에 대해서 어떠한 해명도 해 주지 않는다."[19]
K.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초고≫(1844)

추상은 인간 인식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이며, 추상 없는 구체는 존재할 수 없다. 추상은 그것이 실재와의 관계에서 갖는 모순을 반드시 내포하고 있으며, 인간 인식이 그 모순을 인식하게 될 경우, 추상은, 그 추상적인 사유라는 규정의 한계를 자각하고 이성적 인식 단계로서, 구체적 사유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 사유는 비로소 객관적 개념이 형성되는 단계이며, 이 객관적 개념이 이념을 구성하고, 이념이 이론지를 형성하면, 본래 반영의 담지체였던 객관으로의 복귀라는 조건들이 형성된다. 이 조건들의 결과는 올바른 실천이다.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은 다양한 제 추상의 접합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구체는 오로지 추상이 갖는 내적 제약성에 도달해야지만 생성될 수 있다. 추상의 내적 제약성으로의 도달은 인간 인식이 추상적인 것과 객관적 실재 간 모순을 파악했을 때만 가능하다.

역사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

기타

서술된 범주는 실재를 다룸에 있어 극히 일부이다. 지속적으로 진보하며 더 많은 내용을 갖추고 있는 과학 분야에서는 수많은 범주들이 발견된다.

마르크스는 《요강》과 《자본》을 저술하면서 더 많은 범주를 발견하고, 그것을 변증법적으로 적용하였다. 엥겔스는 《자연변증법》에서 물질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범주를 언급하였다.

현재까지 발견된 범주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격화와 해소
  • 견인과 반발
  • 근거관계와 형식관계
  • 긍정과 부정
  • 독립체와 연관체
  • 동등성과 부등성
  • 동일성과 상이성
  • 물질과 의식
  • 발전과 쇠퇴
  • 본질규정과 형식규정
  • 분석과 종합
  • 생성과 소멸
  • 순수량과 정량
  • 연속량과 분리량
  • 외연량과 내포량
  • 유(類)와 종(種)
  • 이론과 실천
  • 일(一)과 다(多)
  • 시간과 공간
  • 작용과 반작용
  • 정립과 난립
  • 조건과 사태
  • 존재와 무
  • 질과 양
  • 체계와 비체계
  • 투쟁과 통일
  •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
  • 규정적인 것과 무규정적인 것
  • 낡은 것과 새로운 것
  •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
  • 단순한 것과 복잡한 것
  •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
  • 연속적인 것과 불연속적인 것
  • 자연발생적인 것과 목적의식적인 것
  • 자연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 전체적인 것과 부분적인 것
  •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
  • 점차적인 것과 비약적인 것
  • 주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
  • 즉자적인 것과 대자적인 것
  • 직접적인 것과 반성적인 것

이 범주들은 앞서 다룬 범주들과 마찬가지로 그 구분이 상대적이며, 하나의 범주가 갖는 두 대립물 중 하나의 대립물은 다른 대립물을 복합적으로 가질 수 있다. 가령, 본질은 현상과 대립쌍을 이루지만, 동시에 형식을 대립쌍으로도 가질 수 있으며, 본질은 근거관계이고, 근거관계 역시 형식관계를 대립쌍으로 가질 수 있다.

둘러보기

틀:기획/공산주의

참고 문헌

  • G. V. Plekhanov, 민해철 역 (1987), ≪맑스주의의 근본문제≫, 거름.
  • I. V. Stalin, ≪쓰딸린 선집≫, 제1권, 학우서방.
  • 소연방과학아카데미, 문성원 외 역 (1990), ≪맑스주의 변증법의 역사≫, 제1권, 한울림
  • 한국 철학사상연구회 편 (1989), ≪철학대사전≫, 동녘.
  •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1991), 제1권, 박종철출판사.
  • O. Kuusinen, 서진영 역(1990), ≪변증법적 유물론 입문≫, 동녘.[20]
  • F. Fiedler 감수, 문성화 역(2009), ≪변증법적 유물론≫, 계명대학교 출판부.[21]
  • M. M. Rosenthal, G. M. Shutraks et al. (1959), Kategorien der materialistischen Dialektik. Berlin: Dietz.

각주

  1. Plekhanov, p. 54.
  2. Plekhanov, p. 57.
  3. "마르크스의 철학적 유물론만이 프롤레타리아에게, 즉 정신적 노예 상태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온 모든 피압박계급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마르크스의 경제이론만이 자본주의의 일반적 체계 속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지위를 설명해왔다." (≪마르크스주의의 세 가지 원천과 세 가지 구성요소≫)
  4. LCW: Karl Marx, Vol. 21.
  5. ≪스탈린 선집≫, 제1권, p. 258.
  6. Fiedler, p. 13.
  7. 7.0 7.1 Fiedler, p. 14.
  8. Fiedler, p. 15.
  9. Fiedler, p. 134.
  10. 10.0 10.1 M. M. Rosenthal, G. M. Shutraks et al. (1959), S. 74.
  11. 어따한 한 현상에 대한 동어반복적 근거로, 예를 들어 "화폐는 금이다.", "내가 넘어진 이유는 돌에 걸렸기 때문이다." 등은 흔히 대상에 대한 ‘옳은 근거’로 취급되지만, 그것은 항상 언술된 ‘본질’에 대해 설명되어야 할 근거를 항상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동어반복적 성격을 지닌다.
  12. 어떠한 현상에 대한 근거를 규정지을 때, 그것의 단일한, 종적인 근거를 말한다. 가령, "화폐는 물질의 자기운동의 결과물이다."는 화폐에 대한 형식적 근거이다.
  13. Ibid, SS. 83-84.
  14. Ibid, S. 77.
  15. Ibid, S. 87.
  16. Ibid, S. 103.
  17. 소연방과학아카데미, 문성원 외 역 (1990),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변증법」(E. 일리옌코프), ≪맑스주의 변증법의 역사≫, 제1권, 한울림, p. 222.
  18. 당연하지만, 감각된 대상에는 점, 선, 면이라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수학적 개념이 서는 것은 그것이 곧바로 대상의식을 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한 감각물, 지각물에 대한 추상의 결과로 성립되는 것이다.
  19. ≪저작 선집≫, 제1권, p. 71.
  20. 본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기초』 제1권이다.
  21. 본제는 『유물 변증법과 사적 유물론』(1974년판)으로, 독일 사회주의통일당 공식 교재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