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신화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7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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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신화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

7개의 진실

도널드 로페즈

도널드 로페즈 [Donald Sewell Lopez Jr] 

버지니아 대학에서 불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시건대 아시아 언어, 문화학부 불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티베트 불교를 비롯하여 아시아의 종교에 관한 다수의 책들을 썼으며 ‘샹그리라의 수감자들[Prisoners of Shangri-La: Tibetan Buddhism and the West]의 저자이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을 간추린 것이다.


1.


샹그리라Shangri-La는 티베트의 다른 명칭이다. 이 명칭은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이 자신의 소설 ‘읽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3)에서 고안한 것이다. 이 소설은 1937년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샹그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라’La는 티베트어로 ‘산 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는 히말라야의 신비로운 불교왕국이라는 의미의 ‘샴발라’[1]와 혼동된 것이 확실하다.


이후 ‘샹그리라’는 모든 훌륭한 것들과 진리가 보존되어 있는 장소라는 의미로 대중에 빠르게 전파되었다.


1942년 유명한 ‘툴리틀 폭격’[2][영화‘동경상공 30초’로 전설로 남게 된]에서 미국의 폭격기들이 일본을 공습하였다. 기자가 루즈벨트에게 그 폭격기들이 어디에서 이륙하였는가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샹그리라”


이후 루즈벨트는 메리랜드 주에 대통령 휴양소 건설을 지시했다. 이곳은 현재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의 원래 이름은 샹그리라였다. 오늘날 ‘샹그리라’는 리조트 호텔 체인점의 이름이며 해변이나 자유로운 음주와 관계있는 말이 되었다.


2.


티베트를 다룬 가장 널리 읽힌 책은 티베트에 전혀 가본 일이 없고, 티베트어는 한마디도 못했음에도 자신을 티베트인 라마라 주장하는 한 영국인이 썼다. ‘롭생 램파’[3]의 ‘제 3의 눈’The Third Eye은 1956년 출판업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8세기 티베트 라마의 자서전으로 그는 제 3의 눈 수술을 통해 이마에 구멍을 뚫어 영기를 보았다고 한다. 사실 그런 시술은 티베트에서 알려진 적이 없었다. 결국 사립탐정의 추적조사에 의해 그 책의 저자가 ‘시릴 홉스킨’Cyril Hoskin이며, 그는 영국인 목수의 아들로 실업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 3의 눈은 유럽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심지어 한 광적인 독자는 치과용 드릴로 자신의 이마를 뚫기도 했다. 홉스킨은 T. 롭생 램파의 이름으로 18개의 소설을 썼고 4 백만부 이상 팔렸다. (T 는 화요일 Tuesday 의 약자)


3.


티베트인들은 자신들의 유명한 종교적 텍스트 ‘티베트 사자의 서’라는 말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진 것은 티베트 경전 ‘바르도 퇴돌’Brado thodol인데 ‘사후 들음으로서 해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죽음에 관한 책으로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사람들 곁에서 윤회에서의 해방을 돕거나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다음 생에서의 보다 나은 부활을 염원하기위해 읽혔다. 이는 티베트 불교 4종파 중 한 종파에서 유사 형태의 여러 경전들이 사용된 사례의 하나이다. 이 책은 미국의 부유한 신지론자(神智論者) 월터 웬츠 Walter Wentz 가 1920년대에 인도에 여행하여 번역을 의뢰한 후 가장 유명한 티베트 경전이 되었다.


웬츠의 주석이 덧붙여지면서 이 사자경전은 신지학 논문으로 탈바꿈하였다. 이후 여러 사람이 이 경전을 계속 각색했고 그들 중에는 환각체험을 위한 ‘비행 지침서’로 사용한 티모시 리뤼 티모시 리뤼[4]가 있다. 리뤼의 책[5]은 ‘의심이 들 때면, 의식을 끊고 편안한 상태로 흐름에 맡겨라.’라는 구절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비틀즈의 존 레논은 이에 감흥을 받아 1966년 ‘Revolver' 앨범에 ‘아무도 내일을 모른다 (Tomorrow Never Know)’를 수록 하였다.


4.


입문자들을 위해 한 사례를 소개하면, 모든 불교도의 암송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옴 마니 반메옴’이다. 그런데 이는 ‘연꽃 속의 진주’가 아니다. 오히려 ‘오! 보석 연꽃이여’라는 의미이다. 19세기 유럽의 산스크리스트 학자들은 호격어미를 처격 어미로 오독하여 보석(마니)이 연꽃(밤메) ‘속에’ 있다고 이해했다. 이렇게 잘못 번역된 주문mantra은 그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성적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이 주문은 수많은 책들의 주제가 되어왔으나, 이런 책들 중 다수는 티베트나 불교와 전혀 관계가 없다. 이 주문은 실제로 하나의 기도이며 보살의(달라이 라마라는 인간적 화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것으로 천 개의 손을 가진 보살이 두 손으로 보석과 연꽃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해서 그의 칭호중 하나는‘보석 연꽃’이며, 따라서 이 주문은 대략 ‘오! 보석 연꽃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라고 번역된다.


5.


서양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티베트 불교의 명칭 ‘라마교’는 티베트인들이 혐오하는 용어이다. 19세기 말 영국과 러시아는 티베트를 자신들의 영토에 통합시키려 했다. 유럽인들은 특히 식민지를 구제가 필요한 열등한 문화를 가진 지역이라 묘사하면서 자신들의 식민주의를 합리화했다. 그런 이유로 티베트는 부패하고 사악한 성직자들의 지배를 받는 미신적인 사람들이 사는 불합리한 곳으로 묘사되었다.


서구인들은 이러한 성직자들이 이끌어가는 종교는 진정한 불교가 아니며 따라서 그러한 명칭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고 대신 ‘라마교’라 불렀다. 서구의 학자들은 불교를 깊이 있는 철학으로 가득 차있고, 관습의 속박에서 벗어난 이성과 절제의 종교로 묘사 하였다. 사실 그러한 순수한 형태의 불교는 아시아에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유럽과 미국의 도서관이나 강의실에서나 발견될 뿐이다.


6.


티베트는 유럽의 식민지가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서구인들은 줄곧 이곳을 신비로운 땅이라 믿었다. 19세기에는 행방불명된 사람에 대해 ‘그는 티베트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가 티베트에서 3년을 보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지학협회 창설자 블라바츠키Blavatsky 부인은 고대 아틀란티스의 지혜로운 성자 ‘마하트마’가 티베트에 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리 소설 ‘빈집에서의 모험’에서 셜록 홈즈는 모라이어티 교수와 함께 레이첸바크 폭포에서의 분명한 추락사 사건 이후 몇 년간의 행방을 이렇게 와트슨에게 설명했다.


지난 2 년 동안 티베트에 머물렀네. 라싸[6]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지도 라마와도 며칠을 함께 했다네. 아마도 자네는 시커슨 Sigerson 이라는 노르웨이인의 놀라운 모험기를 읽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자네가 나에 관한 소식을 들었던 일이 절대 없었음을 확신 한다네.

7.


티베트는 비폭력적인 사회가 아니었다. 1642년 달라이 라마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도 그렇지 않았다.


5대 달라이라마는 그 자신의 코삿 몽골친위부대‘구스뤼 칸’의 무력개입을 통해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샹’의 국왕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티베트군은 1681년 라다크, 1720년 중가 몽골과 전투를 벌였으며 18세기에는 부탄을 수없이 공격했다. 티베트군은 1788〜1792년 그리고 1854년 네팔 침공에 맞서 싸웠고, 1842년 카슈미르에서 라다크를 침공한 도그라군과, 1904년에는 영국에 대항했다.


9대, 11대, 12대 달라이 라마는 모두 어릴 때 죽었는데, 그 중 일부 혹은 전부가 독살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그리고 13대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측근에 의해 살해 될 뻔 하였다. 1950년대에 많은 티베트 승려들은 중국의 침공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1. 샴발라(Shambhala, Shambala, Shamballa): 티베트 불교전통에서 히말라야 산꼭대기 넘어 어딘가에 숨어있는 신비로운 불교왕국을 말한다.
  2. 1942년 4월 18일 미국 항공모함 호네트호에서 출격한 B 25 폭격기 16대가 일본 주요지역을 폭격한 사건. 둘리틀(Doolittle) 준장의 지휘 하에 도쿄·요코하마·나고야·고베 등을 폭격하였다.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일본 해군 상부에 준 충격은 매우 컸으며, 그해 6월 미드웨이 작전의 계기가 되었다.
  3. T. 롭생 램파 (1910 ~ 1981) : 영국 소설가. 죽은 티베트 라마의 영혼이 자신의 몸을 취하였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름 T는 티베트 상류층이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을 짓는다는 자신의 책 내용에서 따왔다.
  4. Timothy Francis Leary(1920 ~ 1996) 미국의 소설가, 심리학자. 환각제 사용 옹호자. 1960년대 저항문화의 상징적 인물로 LSD의 치료적, 영적 효과를 옹호했다.
  5. The Psychedelic Experience: A Manual Based on the Tibetan Book of the Dead
  6. 라싸(Lhassa Lasa) 티베트어로 ‘신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라마교의 종교적, 정치적 중심지이기도 했다. 현재 중국 시짱[西藏]자치구의 주도(主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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